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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2차 피해를 막자> 상담 · 진술도움 위한 ‘토털케어’양성을
⑤ 대책 만들어 봅시다〈上〉
임상심리전문가 고작 3명
예산부족 충원 흐지부지
검·경·의사등 전문조력인 절실


성폭행 2차 피해를 막는 대책 중 하나는 전문조력인을 두는 것이다. 피해자의 심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성범죄에 대한 법률적 지식을 겸비한 전문조력인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자를 전담 지원할 경우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경찰, 검찰, 의사, 전문상담가,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범죄피해자지원기구(NOVAㆍ1975년 설립)는 성범죄 피해 발생 후 상담은 물론 법률 지원 서비스를 하도록 전문조력인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2006부터 원스톱지원센터(16곳), 해바라기아동센터(9곳),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6곳) 등 성폭행 피해를 전문으로 다루는 지원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경찰이 성범죄 피해자를 전담 조사하는 인권보호센터를 개설해 여경을 배치한 것이나 검찰이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성폭행 피해자를 위해 법률조력인 제도를 도입한 것,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증인지원관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다. 원스톱지원센터나 해바라기아동센터에는 임상심리전문가 대신 사회복지학ㆍ아동학을 전공한 뒤 일정기간 성폭력 상담 경험을 한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맡고 있다. 입사 후 직군별 교육도 연간 1~2회에 그친다.

1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9월 현재 전국 원스톱지원센터 16개소 직원 170명 중 임상심리전문가는 3명에 불과하다. 의료 지원을 맡는 간호사는 15명으로 행정직원(16명)보다 적었다.

교육시간도 부족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바라기아동센터 상담원의 2010년 한 해 평균 교육시간은 16시간에 불과했다. 원스톱지원센터는 13.3시간으로 더 적었다.

경찰의 전담조사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폭력피해자인권보호센터 직원은 단기간 인권교육을 수료한 여경으로만 구성됐다. 법원의 증인지원관은 일정기간 성폭력 상담 교육을 받은 법원 소속 직원이다. 성범죄 피해자의 심리 및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민간 성폭력단체 관계자는 “전문성 없는 상담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주 성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 아동센터 상담원이 파견됐지만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아동이 진통제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받고, 수술 다음 날 심리적인 불안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나주를 찾았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지원이 미흡했다. 파견 온 상담사는 가족 및 의료진과의 상담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입으로만 개선하겠다 할 뿐이다. 실천이 없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 ‘성폭력 피해아동ㆍ여성 진술조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문인력 80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전문가는 단 9명이다. 선발인원이 기존 계획의 10%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올해는 관련 예산이 없어 프로그램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신규 인력 양성 및 기존 인력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된 예산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이중 신규 인력 양성에 5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올해는 다른 사업 때문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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