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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수해지원, 주면서도 난처한 한국 - 쌀 대신 밀가루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주는 쪽이 난처한 꼴이 됐다. 북한이 우리측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이제 어떤 물품을 얼마만큼 줘야할지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다.

북한은 10일 장재언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수해지원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밝혔다.

올 봄 가뭄과 여름 집중호우, 그리고 태풍 피해까지 겹쳐 극심한 식량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원은 지원대로 챙기면서도 정부의 속내를 떠보겠다는 심사인 셈이다.

북한의 답신이 정부가 대북 수해지원 의사를 밝힌지 1주일 만에 왔다는 점도 북한의 태도가 나름 고심을 거듭한 결과이자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수해지원을 받겠다면서도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2~3일 내 문서교환 등을 통해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에 대한 북측과 추가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품목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하지만 일단 민간단체와 같은 수준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대북 수해지원 문제를 협의한 민간단체는 밀가루와 의약품을 전달하기로 북측 관계자들과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이 추가협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대북 수해지원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만해도 북한은 ‘통 크게’ 지원해달라며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군용미 전용과 군사적 목적 활용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대신 영유아용 영양식과 라면, 초코파이 등 50억원 규모의 물품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한편 일각에선 현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이 수해지원을 받아들이자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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