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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한국관광 살아있나?
커미션·바가지·디스카운트
여행 기분 망치는 세 가지
수치 아닌 진짜 관광한국
이 세 가지 해결 없이는 불가능


단체로 해외여행 갈 때는 현지 사정에 밝은 가이드로부터 안내를 받게 될 경우가 많다. 가이드들은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목적지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친절하다.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인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인 유학생도 더러 만난다. 노련한 가이드일수록 여행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어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고마운 가이드지만 여행객을 짜증나게 만드는 게 있다. 강제쇼핑이다. 목적지를 좀 돌아간다 싶으면 한적한 매장 앞에 내려놓는다. 보약이며 실크며 이름 모를 명품들, 잠시 설명을 듣고 나면 충동구매 타임을 거쳐야 한다. 가끔 필요해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막상 귀국해서 칭찬받는 경우는 드물다. 쇼핑안내는 두세 차례 이상, 손님들이 항의하면 “물건은 안 사셔도 좋지만 제가 도장이라도 찍어야 하니 제발…” 사정하며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는 대부분 현지식, 고향생각이 날 즈음이면 한국 식당에 안내받아 ‘쐬주 한 잔’으로 씁쓸한 뒷맛을 달래야 한다. 손님이 짜증내는 줄 알면서도 이끌고 가야 하는 강제쇼핑, 커미션 때문이다. 국내 관광도 예외는 아니다.

명동이나 인사동을 수도 없이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아무 상점에나 들르는 게 아니라는 건 공개된 비밀이다. 커미션이 없는 곳엔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 한국음식이 맛없다고? 지정된 곳만 가야 하니 제대로 한국 맛을 느낄 수도 없다. 손님들 먼저 내보내고 계산대에서 뭔가를 받아가는 모습, 힐끗 거리며 훔쳐보는 손님들에게 민망하지도 않은가 보다.

외국인만 골라서 강타하는 바가지 택시, 한국 방문의 해를 두 번이나 거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한류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심해지는 양상이다. 강북에서 강남까지 10만원은 예사고 가평역에서 남이섬까지 3500원 거리에 2만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디스카운트, 이건 더 심각하다. 외국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손님이 찾아와도 커미션으로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운영자들의 푸념이다. 제주 어느 관광지의 경우 1만3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3000원뿐이라는 말이 소문이기만 바랄 뿐이다. 여수 엑스포에 820만명이 찾았다고 하나 디스카운트 없이도 목표달성이 가능했을까. 외국인 ‘모시고’ 왔다며 할인해 달라는 외국인 팸투어는 주로 공공기관이 주관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1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7월 한 달에만 100만명이 넘었다. 작년 말부터 전개한 ‘안전한 한국’ 캠페인에 한류 마케팅과 쇼핑매력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흑자관광이 눈앞에 다가왔다지만 공항을 드나드는 통계일 뿐, 관광업이 좋아졌다는 현장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방의 자랑스러운 역사유적 명승지들을 외면하고 면세점이나 시내 매점만 득을 보는 게 관광한국의 현실이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도 커미션, 바가지와 디스카운트가 근절되지 않는 한 한국관광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한국을 다녀간 1000만명의 외국인이 내년에도 다시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또다시 막대한 예산으로 홍보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관광업의 경쟁은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이미지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뜯고 씌우고 깎아주는 게 한국관광 이미지는 아닐 터이다.

커미션 관행은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직무유기병이다. 쥐꼬리만한 수당을 주고 알아서 벌어먹으라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아가는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여행 종사자들의 처우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집단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대로 놔두면 한국관광은 정말, 갈 길이 멀다. 문화관광은 관광 앞에 재미 삼아 문화를 붙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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