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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와 편견 이겨낸 김기덕, 황금사자상 수상의 의미는?(종합)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18번째 신작인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州)의 주도(州都)이며 ‘물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베니스에서 펼쳐진 12일간의 영화축제는 한국 국민에게 기분 좋은 기억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 ‘피에타’는 한국 시각 9월 9일 새벽 2시께 진행된 폐막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00년 ‘섬’으로 베니스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1년 ‘수취인 불명’, 2004년 ‘빈집’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특히 김 감독은 ‘빈 집’으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그 가능성과 저력을 입증했다.


이로써 그는 베니스 영화제에 4번째로 출품한 ‘피에타’를 통해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아울러 김 감독은 ‘칸 영화제(프랑스)’ ‘베를린 영화제(독일)’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세계적 거장으로 거듭났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김 감독이 최초이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 역시 처음이다. 한 마디로 김 감독의 작품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은 물론, 한국 영화의 위상까지 드높였다.

당초 외신들은 ‘피에타’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피에타’는 현지시각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인 프레스 상영이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는 공식 상영에서는 예의상 기립박수를 보내지만 비공식 언론 시사회에서 10분 동안 기립박수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식 상영 때는 ‘피에타’를 보기 위해 상영관 ‘Sala de grande’의 1,032석을 가득 메운 세계 영화 팬들이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조민수와 이정진의 등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특히 상영 후 10여 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듯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데일리 매거진은 ‘피에타’를 잡지 전면에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로이터 통신은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를 뒤흔들다’라는 타이틀로 영화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잔인한 악마와 같은 남자와 엄마라고 하는 미스터리한 여자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 “두 인물을 하나로 흡입시키며 엄청난 몰입감과 압도할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또한 “프레스 상영 이후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베니스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피에타’의 공식 상영을 관람하기 위해 유럽 관객들 사이에 표 대란이 빚어졌다. 이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예측하게 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고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도 ‘피에타’를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의 강력한 후보로 꼽았고 주연 배우인 조민수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며 여우주여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언론 매체뿐 아니라 영화제의 한 관계자 또한 “영화제 초반에는 볼 수 없었던 극도의 긴장감과 놀라움의 탄식을 처음으로 자아낸 작품”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피에타’는 폐막식에 앞서 비공식상인 ‘젊은 비평가상(PREMIO AGISCUOLA LEONCINO D‘ORO’)’에 이어 ‘골든 마우스상(MOUSE D’ORO)’과 ‘나자레노 타데이상(Premio P. Nazareno Taddei)’ 수상으로 베니스 영화제 3관왕을 달성하며 낭보를 예고했다.

‘피에타’는 해외세일즈 또한 괄목할만한 쾌거를 달성했다. ‘피에타’의 해외배급사 ㈜화인컷에 따르면 ‘피에타’는 러시아의 Maywin Films, 노르웨이의 AS Fidalgo, 터키의 Bir Film, 홍콩의 Edko Film, 그리스의 Ama Films 등 세계 20여 개국의 배급사들과 올 하반기, 내년 상반기 개봉을 계획하며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여기에 ‘피에타’는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 독일에서도 극장 개봉을 확정지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작임을 입증했다.

특히 북미 영화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불리는 제3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마스터즈’ 부문에 초청돼 더 많은 판매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피에타’의 중심에는 오해와 편견, 좌절을 딛고 일어난 김기덕 감독이 있다. 1969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기덕 감독은 저예산 영화를 주로 연출해 온 작가주의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장에서 일했고,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가 길거리의 화가로 살다가 3년 만에 귀국했다.

이후 정규 영화학교를 다닌 적 없이 1996년 영화 ‘악어’로 감독 데뷔했다. 개인과 사회의 폭력성을 파고드는 파격적인 작품들을 다수 연출했으며, 페미니스트 비평가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선 대중성과 거리가 먼 감독으로 환영받지 못했지만, 세계 영화인들은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그의 세 번째 작품 ‘파란 대문’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상영된 것을 시작으로, ‘섬’이 2000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또 2001년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2001년에는 ‘나쁜 남자’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국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김 감독은 2003년 연출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국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며 그간의 설움을 벗었다.

또한 2004년 제작한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아 많은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및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활’로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2007년에는 ‘숨’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하면서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자비를 베푸소서’의 뜻을 지닌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가 찾아온 뒤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차후 유럽 영화제 초청으로 현지에서 독일로 이동한다.


최준용 이슈팀기자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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