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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장기기증의 날] “생명 나누고 떠난 아들, 그 뜻 이어가는 게 어미의 도리죠”
-4년 전 뇌사후 장기기증 해 6명 생명 살린 고 최요삼 선수 母 오순이씨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2007년 12월25일. 오순이(68)씨는 오후 경기를 앞둔 아들을 위해 아침 밥을 차렸다. 국내 최고의 복싱 선수 아들을 뒀지만 매번 경기 때마다 어미의 가슴은 꽉 쥐었다 놓는 듯 아팠다. 그 이유로 단 한번도 아들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경기 시간 내내 교회에서 두손을 모았다. 전화를 기다렸다. 늘 경기가 끝나면 어미한테 승전보를 전해주던 아들이었다. 그날 따라 유독 전화가 늦어졌다. 느즈막히 울린 전화기 너머로 “요삼이가 많이 다쳤어”라며 흐느끼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한 아들은 그렇게 어미에게서 멀어져갔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은 2008년 1월 3일 하늘로 떠났다.

프로복서 고(故) 최요삼 선수가 떠난지 4년이 지났다. 최 선수는 2007년 12월25일 인도네시아 헤리아몰 선수와의 경기 직후 뇌사 상태에 빠졌고 9일 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앞세운 어미에게 시간은 무색했다. 아들의 기억은 늘 생생했고 떠올릴 때마다 가슴은 먹먹해졌다. 

눈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은 어미의 가슴에 슬픔과 함께 평생 알지 못했던 나눔의 보람도 남겨주고 떠났다. 최 선수는 각막ㆍ신장ㆍ간ㆍ심장 등 자신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했다. 그의 각막은 태어나서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던 젖먹이 아이에게 기증됐다. 최 선수의 눈으로, 심장으로 6명의 새 생명이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결정은 오 씨가 했다. “장기기증이란 말이 뭔지도 몰랐어요. 흙으로 갈 아들의 육신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대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아들이 생애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했어요.”

쉽진 않았다. 기증을 결정하자 병원에선 장기기증서약서에 사인을 해야한다며 종이를 내밀었다. 가슴이 떨려왔다. “아들을 두번 죽이는 것 같아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관계 법상 장기이식자를 직접 대면할 순 없었지만 아들의 장기로 새 생명을 얻은 이들의 소식을 건너 들으며 “어딘가에 우리 아들이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이 됐다. 최 선수의 장기기증 이후 국내 뇌사장기기증인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 씨는 아들의 뜻을 이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인근 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배식 및 말벗 봉사를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점심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하루 4-5시간을 봉사하며 보낸다.

그는 이번 주말 아들의 생전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관람할 예정이다. 오는 9일 장기기증의날을 맞아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연극 연출가 박진선씨와 작가 오은희씨의 재능기부를 받아 최 선수의 장기기증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연극 ‘10초(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걸리는 시간)’가 무대에 오른다.

오 씨는 “장기기증 결정을 하고 아들이 딱 한번 꿈에 나온적이 있어요.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엄마 잘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많은 분들이 요삼이를 통해 생명 나눔에 동참한다면 우리 아들도 하늘에서 많이 기뻐할 것 같아요” 라며 미소를 지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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