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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남성 슈트 ‘복고바람’…경기침체 속 스리피스·벨벳재킷 등 우아한 클래식 슈트로 ‘옛 영광’ 추억
테이퍼드 팬츠(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와 스키니진(발목부터 허리까지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의 유행과 함께 한동안 남성 슈트도 몸에 붙고, 길이는 짧은 디자인이 남성복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다시 돌아왔다.

이지은 LG패션 CD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풍족했던 시대를 추억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패션에 반영됐다”며 올가을 남성복 패션 트렌드를 전망했다.

슈트의 정석을 보여주는 스리피스, 르네상스 시대 귀족 의복 같은 벨벳 재킷 등 우아한 ‘클래식 슈트’를 통해 사람들은 실제인지 환상인지 모를 ‘과거의 영광’을 떠올린다. 한 마디로 남성 슈트도 ‘복고 바람’을 맞았다.

여기에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도 올가을엔 그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단순한 ‘노타이’ 차림에서 벗어나 취향과 개성, 그리고 ‘패션감각’까지 한껏 뽐내는 남성들이 늘었다. 또 런던올림픽으로 인해 봄부터 불었던 ‘스포츠 무드’도 올가을 남성 스타일링에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 패션의 ‘노스탤지어’…클래식 슈트의 귀환=클래식 슈트는 넉넉한 실루엣을 기본으로 한다. 정통 슈트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실루엣은 배기팬츠(품이 넉넉한 바지, 특히 무릎 위가 매우 넓다)의 유행으로 극대화됐다.

최근 1~2년 새 연예인을 중심으로 국내 남성들 중에도 정장바지로 배기팬츠를 입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번 시즌엔 몸에 꼭 맞는 ‘슬림 피트’의 대명사 ‘디오르 옴므’에서도 배기팬츠를 선보일 정도다. 하지만 남성복의 품이 넉넉해진 것은 여성복 전반에서 불고 있는 풍성한 ‘오버 사이즈’ 열풍과는 다르다. 


신동선 레옹코리아 편집장은 “버버리ㆍ폴스미스ㆍ제냐ㆍ프라다 등에서 조금 낙낙한 수준의 ‘슬림 피트’를 선보였다”며 “이번 시즌 남성복은 ‘지나치게 슬림하지 않는’ 편안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몇몇 해외 컬렉션에서 보이는 경향이 전체 패션계 흐름을 주도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양한 취향과 개성이 공존하는 요즘, 한쪽에선 여전히 몸에 완벽하게 달라붙는 ‘스키니 슈트’가 인기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고풍 영향이 있다.

민첩하고 날렵한 슈트들은 재킷, 베스트(조끼), 바지로 구성된 스리피스 스타일을 갖추어 더욱 인기가 높다. 지적이고 신사다운 고전적인 남성미를 부각시킨다.

‘모스키노 우모’는 중후한 갈색 슈트에 차분한 베이지색 베스트와 중절모, 와인색상 포켓 스퀘어까지 완벽하게 갖춘 ‘신사의 품격’을 보여줬으며, ‘폴앤조’의 벨벳 소재 베스트와 바지, 검정 재킷 스리피스는 젊고 민첩한 인상을 준다.

▶너무 쉬워진 ‘비즈니스 캐주얼’…남성들도 이제 코디 좀 한다=이제 ‘단벌 신사’는 없다. 수년간 기업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면서 남성들도 재킷과 바지를 별도로 구매해 상황별로 코디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색상, 문양의 옷에 대한 감각이 생겼고, 출근복으로 딱딱한 재킷 대신 사파리 재킷이나 점퍼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 시즌에도 넥타이를 없앤 ‘노타이’ 비즈니스룩은 여전히 강세다. 하지만 감색 재킷-회색 바지와 같은 교복스러운 차림은 사라지고 보다 과감해질 전망이다.

이지은 LG패션 CD는 “단색 대신 체크무늬나 갈색 바지 등 하의에 파격을 주면 더욱 멋스러울 수 있다”며 “여기에 깃이 높은 셔츠를 입고, 가슴에 포켓 스퀘어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이탈리안 스타일도 흉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니트나 컬러풀한 베스트를 활용하는 것도 센스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위축된 심리는‘복고 바람’을 타고 품이 넉넉하고 편안한‘ 클래식 슈트’를 부활시켰다. 한쪽에선 여전히 몸에 착 달라붙는‘ 슬림 핏’이 여전히 강세지만, 이마저도 벨벳재킷ㆍ스리피스 등 고전적인 소재와 디자인으로 무장했다.

▶아웃도어ㆍ스포츠 무드타고 소재ㆍ디자인 확장=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올해는 봄부터 컬렉션마다 스포츠 무드를 타고 있었다. 이는 멀리 밀라노, 파리, 뉴욕까지 훑지 않더라도 지난 4월 서울패션위크 가을ㆍ겨울 패션쇼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제너럴 아이디어’의 최범석은 경기를 마친 후 로커룸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들의 모습을 런웨이 위에 재현했다. 경쾌하고 편안한 옷차림에서 경기 후 휴식을 취하는 ‘감성적인 스포츠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은 코트처럼 긴 야구 점퍼와 운동복의 끈을 장식으로 가미한 바지를 매치해 스포츠웨어와 클래식 룩을 조화롭게 엮어냈다.

뿐만 아니라 아웃도어룩 열풍은 이번 시즌 남성복의 소재도 확장시켰다. 전반적으로 소재 본연의 느낌을 잘 살리는 천연소재 사용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가볍고 구김이 덜 가는 등 아웃도어 전문 소재들이 많이 쓰였다. 자체 발열 정장이나 경량다운 점퍼 등이 대표적이다.

LG패션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스포츠 무드를 올가을 남성복 코디에 적용할 수 있다”며 “정장에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어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클래식 슈트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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