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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에타’, 돈이란 분노-사랑-복수의 시작과 끝 (리뷰)
현재 우리는 무엇에 의해 지배 당하고 있을까. 두말 할 필요 없이 물질과 권력일 것이다. 권력은 곧 가진 자의 것이고, 가진 자가 가진 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언제부턴가 돈은 현대인의 행복의 기준이 됐고, 많이 벌고 많이 쓰면서도 걱정 없이 부유하게 사는 것이 곧 5천만 국민의 희망사항이 됐다.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작품이자 베니스 출품작인 영화 ‘피에타’는 돈으로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관계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분노와 복수 그리고 아련한 정(情)을 담았다.

영화의 배경은 다름 아닌 철거 직전 청계천이다. 청계천의 공장 부지는 현대 산업 발달의 근원지기도 하다. 하지만 곳곳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사회가 변하면서 청계천은 소외 계층의 은신처가 됐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강도(이정진 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인물이다. 웃을 날 없이 하루하루 연명하는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이 찾아온다. 30년 만에 엄마라며 찾아온 그를 처음에는 매몰차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친 강도지만, 매일매일 같은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엄마’에게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강도. 그리고 강도의 만행을 조용히 지켜본 ‘엄마’라는 여자. 강도는 ‘엄마’를 위해 새로운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더 이상 채무자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그의 악행이 ‘더 이상 안해’라는 결심 아래 용서되는 것은 아니듯 그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관객들은 강도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 복수와 분노, 그리고 돈과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강도는 돈이 없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고, 부모의 정을 모르고 자랐기에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채무자들의 원한을 사게 된 것이고, 하루하루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것.

그런 강도가 ‘엄마’ 때문에 변해가고 비로소 인간이 돼가는 과정은 애틋하기 그지없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물질과 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또 다시 깨닫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특별한 상징이나 은유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목표로 했다. 이 영화가 곧 “현대 사회의 모습”이라고 주장한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국엔 한 장의 종이인 돈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돈에 집착하는지, 그것이 몰고 오는 결과란 얼마나 참담한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조민수의 열연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엄마’로 분한 그는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캐릭터에 물 스며들듯 녹아든 모습을 선보인다. 그동안 주로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을 찾은 그가 한동안 TV배우로 익숙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작정한 듯 자신의 껍데기를 완벽히 벗은 것. 다만 ‘나쁜 남자’보다 더 나쁜 남자로 분했다던 이정진의 연기는 기존의 남성적인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러닝타임은 104분. 9월 6일 개봉.

양지원 이슈팀기자/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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