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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이탈 막아라” 은행권 ‘적격대출 전쟁’
최장 30년 장기분할 상환 가능
기존 대출 대비 낮은금리 매력

가입자 70% 담보대출서 ‘환승’
이달 중 모든 시중銀 상품 출시


#5년째 ‘보금자리론’을 이용 중인 직장인 장모씨는 최근 A은행에서 내놓은 ‘적격대출’ 상품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다. 적격대출은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최장 30년까지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한 종류다. 장씨의 보금자리론 대출 금리는 연 5%대. 적격대출 금리는 이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연 4%대다. 족히 연간 수십만원은 아낄 수 있다. 장씨는 조만간 A은행을 찾아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따져본 뒤 적격대출 환승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적격대출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환승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대출 금리가 낮은 탓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적격대출로 갈아타려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 뒤늦게 적격대출에 뛰어든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관련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 가입자 중 70%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환승한 고객이다. 올해 3월 적격대출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SC은행은 지난달 말 현재 3조7140억원, 3만4381건을 유치했는데 이중 55%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갈아탄 고객이다.

씨티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7993억원(7521건), 6401억원(8300건)으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적격대출 가입자의 성격은 비슷하다. B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으로 신규 대출 고객을 유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적격대출 환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해온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적격대출 이용자 중 보금자리론에서 환승한 고객 비중은 3% 내외. 그러나 은행들이 관련 상품 출시를 완료할 경우 보금자리론 이탈 고객은 시간이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발주자들은 적격대출 상품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가장 늦게 합류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키로 한 가운데 이달 중으로 모든 은행에서 적격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적격대출의 가장 큰 매력은 낮은 금리에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들의 대출 채권을 사들인 뒤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비용(MBS발행금리)만 제외하면 대출 금리는 각 은행의 수익 전략에 따라 책정된다.

10년 만기 기준으로 SC은행은 연 4.11~4.21%, 씨티은행 연 4.25%, 국민은행 연 4.19%, 기업은행 연 4.35%, 신한은행 4.21~4.31% 수준으로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는 0.05%포인트 가량 높아진다.

C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은 0.01% 금리에도 움직일 정도로 민감하다”면서 “적어도 우리 고객은 빼앗기지 않아야 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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