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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아나운서 프리선언과 시스템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현무에 이어 김경란 아나운서도 사의를 표명했다. 전현무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선언이 예상된 일이었지만 김경란 아나운서는 KBS 내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경란 아나운서는 봉사와 나눔 활동을 펼치며 프리랜서 방송 활동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당)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BS에서 지난 7년간 무려 18명의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활동 등을 이유로 퇴사했다.

아나운서가 한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방송을 하겠다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땜방 전문’이었던 전현무 아나운서의 퇴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KBS 아나운서실의 관리 시스템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KBS 아나운서실에는 무려 90여명의 아나운서가 근무한다. 취향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아나운서도 있고, 라디오나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아나운서도 있다. 드물게는 역사 콘텐츠 진행이나 여행, 과학 프로그램 진행 전문가로 나서려는 아나운서도 있다. 문제는 아나운서실에는 이런 다양한 취향을 흡수해 적성과 욕망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아나운서가 예능에 도전할 필요는 없지만 방송에서 예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교양 프로그램도 인포테인먼트화하고 있고, 교양과 예능의 구분이 없는 프로그램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현무 같은 예능 전문 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현무는 선배 아나운서의 가르침 없이 ‘독학’으로 성장했다. ‘스타 골든벨’에서 밉상 캐릭처를 만들고, ‘해피투게더’에서 싸이니 춤으로 터졌다.

같은 PD라도 예능PD와 교양PD는 분위기상 차이가 많다. 정서도 이질적이고 관심과 추구하는 바도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예 교양국과 예능국으로 구분해놓았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소화한다. 시니어 아나운서들이 모여 있는 방 하나를 제외하면 80여명의 아나운서가 한 방에서 근무한다. 그러니 아나운서실은 다른 국실보다 좀 더 유연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을 원하는 아나운서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아나운서가 가는 길이 전보다 다양해진 상황에서 그런 점들을 받쳐주려면 조직도 전보다 더 많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전현무가 KBS에서 맡았던 프로그램들의 후임자는 아나운서가 아닌 연예인으로 충당되거나, 아예 전현무 자리를 비워두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것만 봐도 아나운서실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전현무 후임자 정도는 아나운서실에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마다 업무 강도의 차이는 작지 않다. 연공서열에 의한 월급 체계에다 성과급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열심히 하고, 잘하는 아나운서의 의욕을 살려줄 수 있다. 프로그램 한 회당 1만8000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KBS에서 퇴사한 전현무에게 3년 후 다시 프로그램을 맡기면 회당 수백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합리적 보상체계만 마련해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나운서가 많아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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