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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여론 수렴 ‘기득권·조직’ 완전포기…제3의 길 걷는다
친노-비노갈등 민주에 실망
5개월간 이어온 통진당 사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부채질

정치성향 새누리·민주 중간점
새누리+민주 표 흡수 가능성

당적 있을땐 당과 불협화음 ‘毒’
무당적유지 거대 내각구성 의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독자출마와 무당적 유지는 득과 실이 명확한 정치적 도박에 가깝다. 기성정치를 구체제로 규정해 기성정치에 실망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가장 확실하게 끌어올 방법인 반면, 정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과 조직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모험이다.

안 원장은 이 같은 정치실험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치를 답습할 경우, 사회갈등을 치유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3의 지대에서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명분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민주당 등 야당 입당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안 원장이 민주당이라는 집단지성과 팀워크를 버리고 독자출마를 택한 것도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극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ㆍ11 총선에서 나타난 친노와 비노 등 내부 계파의 갈등이 최근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민주당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라면서 “민주당은 지난 4ㆍ11 총선에서도 그렇게 판세가 유리했는데 끝까지 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후보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다”고도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각을 받들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을 구체제로 정의하고 “새로운 체제는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정치경험 부재와 관련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설명했다.

안 원장은 민주당의 수권능력에도 의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안 원장은 “민주당 정권은 처음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선택과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다.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향한 정치공세에 몰입, 정작 자당의 정책으로 승부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한계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또 5개월간 이어져온 통합진보당 사태도 정당에 대한 안 원장의 불신에 부채질을 했다. 통진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 내부 정파싸움에 매몰돼 정작 진보정당의 소임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안 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는 표 계산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는 안 원장의 정치성향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지점이라고 밝혔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원장의 지지층은 여야를 떠나 중도 유권자들이고, 일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에 입당하면 호남을 비롯한 전통 민주당 지지표를 끌어올 수 있지만, 보수 성향의 표심은 떠나가게 된다. 안 원장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안 원장은 이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무당적을 유지하면서 국회와 삼권 분립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민주화, 복지 등 산적한 문제들이 여야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중립지대에서 국가미래를 끌고 간다는 점을 어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또 그동안 당적을 가진 대통령들은 당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오히려 국정에 차질을 빚었고, 임기 막판에는 극심한 레임덕을 겪었다.

안 원장 측은 당선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거국 내각을 구성, 인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는 사안별로 손을 잡기도 하고 강하게 대립하기도 하면서 명확한 삼권 분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안 원장은 독자출마 시 152억원에 달하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점에 대해서도 이미 내부 논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대 자산가로 알려진 안 원장은 사재 출연보다 정치펀드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재산 대부분이 회사 주식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출마한다면 펀드 조성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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