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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짜라도” …공공기관 결혼식장 유명무실
청사내 첫 전용식장 ‘성북아트홀’ 예약 6건뿐
그릇된 결혼문화·이용 불편함에 저소득층도 외면



공공기관들이 결혼문화 간소화를 위해 청사 일부를 결혼식을 위한 공간으로 무료 또는 저렴하게 대여해주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과 이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공공청사 결혼식을 외면하고 있는 것.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서울 25개 지자체 중 최초로 청사 내 200석 규모의 전용 결혼식장인 ‘성북아트홀’을 연 성북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결혼식에 난감해하고 있다. 무료로 예식장을 빌려주고 폐백과 피로연 장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도를 예상했지만 웨딩홀은 텅텅 비어 있기 일쑤다.

지난 2009년 하반기 3건이었던 예약은 2010년 20건으로 늘었지만 다음해인 2011년엔 절반인 10건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어 현재까지 예약 건수는 6건에 불과하다.

성북구청 가정복지과 관계자는 “결혼식은 남의 눈도 있는 만큼 화려하게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할 뿐만 아니라 구청 사정상 토요일에만 예식이 가능하다는 점, 식장 사용 외 다른 부분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 등의 제약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것 같다”며 “전용 공간까지 만들어 놨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용 예식장이 아닌 청사 내 강당을 예식장 공간으로 대여해주는 공공기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09년 11월부터 청사 12층 강당을 웨딩홀로 꾸며 무료 대여하고 있는 마포구청의 식장 대여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신청이 들어오면 강당에 300석 규모의 의자와 꽃장식, 신부대기실까지 직접 마련해주지만 정작 이용하겠다는 주민이 없다. 2009년 이후 해마다 이용 건수가 3~5건에 불과하더니 올핸 이마저도 1건으로 줄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에서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신청한다면 막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선 거의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결혼식장 대여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구, 양천구, 서대문구청 등 타 지자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청사 내 이벤트홀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간소한 결혼문화 정착을 선도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시가 7월 30일부터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 강당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해 예약을 받고 있지만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예약 건수가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결혼식이 진행될 신청사 지하 1~2층 이벤트홀도 본래 워크숍과 이벤트를 위해 마련된 강당인 만큼 결혼식장으로의 활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규모가 70~80석(약 300㎡)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애초 예상과 달리 구내식당도 피로연 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시가 잠정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혼식 예약도 주말 토ㆍ일 중 단 하루, 그것도 단 1건만 받는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시민소통기획관 측은 “이벤트홀 내 결혼식은 ‘피로연 없는 간소한 결혼식’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면서 “9월 말께 요금 등 예식장 이용규정에 관한 최종 결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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