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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준하 의문사, 37년만에 봉인에서 풀리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12월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정치권이 37년간 봉인된 ‘판도라 상자’에 숨죽이고 있다. 진앙지는 고(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의 재조사와 진상규명이다. 5ㆍ16 군사쿠테타 등 ‘박정희 유신시대’의 유령이 언제든 정치권을 강타할 수 있다는 애기다. 고(故)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5ㆍ16과 유신 등 역사관 논쟁보다 직접적이고 휘발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에 접수된 사단법인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장준하 선생 유족의 ‘장선생 의문사 사건 재조사와 진상규명 요구’가 국가권익위원회를 통해 행안부로 배당됐다. 37년간 묻혀 있던 고(故) 장 선생의 의문사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고(故) 장준하 선생의 죽음은 ‘박정희 유신시대’의 민낯을 말하는 텍스트로 읽혀왔다. 유신독재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 거사일을 닷새 앞두고 고 장 선생은 포천 산기슭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유신시절 사인을 알 수 없는 대표적인 의문사로 최근에는 고인의 유골을 무덤에서 꺼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고 장 선생의 무게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고 장 선생은 18대 대선판에서 대세론을 키워가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때문에 대선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이 벌써부터 5ㆍ16 쿠테타 등 역사관 논쟁에 이어 고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를 박 후보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사건 재조사에 맞춰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가 2일 인천지역 순회투표에 앞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장준하공원에서 고(故) 장준하 선생의 묘역을 참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손 후보는 이날 “일부 정치인은 ‘(진상 규명은) 이미 끝난 일인데 뒤집어 국민을 분열시키려 하느냐’고 하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불편하다고 잘못된 과거를 덮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야말로 국민 분열을 가져오는 위험한 발상이다”며 한 발 앞서 정치적 의제로 올려 놓았다.

하지만 37년간 봉인됐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에는 아직도 여정이 험난한다. 행안부 산하 기구는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는 재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권익위로부터 사건 관련 서류가 이첩되면 행안부 담당이 맞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하 기구에는 조사권한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하다”면서 “재조사하려면 별도의 특별법 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족에 따른 추락사(1988년) →진상규명 불능(2000~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으로 이어진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기엔 많은 험로가 예상된다. 하지만 진실과 상관 없이 고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 논란은 12월 대선 정국을 휘저을 메가톤급 파장이 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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