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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우리가 아는 공자는 없다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공자, 맹자 등 옛 위인들은 하나같이 성품이 맑고 곧았으며, 예외 없이 청빈한 삶을 살았다. 성현들은 빈이낙(貧而樂)을 천명으로 여겨 도(道)를 닦았으며 그 향기로운 이름은 후세에까지 널리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안빈낙도가 가필과 윤색이 없는 사실만의 기록일까? 이를테면 공자는 과연 평생을 ‘초상집 개’마냥 곤궁한 행색으로 지냈을까?

중국의 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리카이저우의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박영인 옮김/에쎄)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의 관심은 옛 사람들의 경제생활, 즉 생활인으로서의 면모에 영점 잡혀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가 위나라 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가로 받은 연봉은 좁쌀 90t에 달했다. 이는 280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며, 공자가 30년 가까이 학교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적잖은 부를 이뤘으리란 사실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외부의 지원이나 수중에 모아둔 돈이 없었다면 송나라, 진나라 등 각국을 주유하며 도를 설파할 수도 없었을 것이란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평생을 술과 함께 떠돈 시선(詩仙) 이백의 유랑자금은 어디서 났으며, 공정한 판결로 이름 높은 포공의 소득수준은 어떠했는지, 일정 수준 이상의 밥벌이가 청렴결백의 조건은 아닌지, 저자는 물질적 조건을 집요하게 따져 묻는다.

결국 저자는 말한다. “ (오늘날) 물욕이라는 함정에 빠져 진정한 행복과는 배치되는 삶을 살면서도 옛사람들이 물질을 배설물로 여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인 왜곡이다.” 세속의 인간들이야 물질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혀야 하며, 물질의 노예가 돼선 안 되지만 물질이 배척의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의리와 실리의 조화를 꾀하는 현실주의자가 ‘세속의 눈으로 파헤친 고전의 사생활’이 흥미롭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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