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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 소용돌이 속에 핀 ‘엇갈린 사랑’
찰스 디킨스 동명소설 원작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10월7일까지…프랑스혁명 배경으로 세 사람의 안타까운 우정 · 사랑 그려
브로드웨이 수준 무대 연출위해 프랑스 혁명군 의상·머스킷 총 등 컨테이너 11개 박스 분량 공수

프로듀서 론 샤프 “스코틀랜드·독일 프로덕션에 비해 훨씬 잘만들어…부족한 부분 한국 공연이 채워줘”


혼란했던 18세기, 미국에선 독립전쟁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유럽에선 프랑스를 중심으로 민중들의 대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엄청난 에너지로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영국 런던은 경제의 중심, 프랑스 파리는 문화와 사상, 혁명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의 전형적 특성인 가치의 충돌 속에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는 런던과 파리를 배경으로 세 사람의 우정,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1700년대 후반은 디킨스가 첫장부터 묘사한 것처럼 ‘최고의 세월이자 최악의 세월, 지혜와 우둔의 시대, 신앙과 불신앙의 기간, 광명과 암흑의 계절, 희망과 봄, 절망과 겨울의 시대’였다. ‘두 도시 이야기’는 그런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신파 같지만 신파스럽지 않은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디킨스의 소설이 뮤지컬로…=한국에서 ‘두 도시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영국에선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작품이다. 올해는 디킨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초연된 건 2007년 플로리다에서다.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을 한 건 2008년. TV프로듀서인 질 산토리엘로(Jill Santoriello)가 극본과 작사, 작곡 모두를 담당했으며 토니상을 4번이나 수상한 토니 월튼(Tony Walton)이 무대디자인에 참여했다.

질 산토리엘로는 12세 때 영화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작품에 꽂혔다. 16세에 ‘두 도시 이야기’를 위한 곡을 몇 곡 작곡했고 24세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초연까지 ‘두 도시 이야기’가 뮤지컬로 세상과 만나기까지는 20여년의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시드니 칼튼에 푹 빠진 작가, 그가 선택한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방대한 양의 책 내용을 2시간40분여의 뮤지컬로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곡가 질 산토리엘로는 작품의 집중도를 높이고 극을 매끄럽게 전개하기 위해 시드니 칼튼, 찰스 다네이, 루시 마네트란 세 인물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고 곁가지들은 모두 쳐냈다.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해 평론가들의 이야기들이 분분하지만 작가인 질은 과감히 시드니 칼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시드니 칼튼은 숙부 에버몽드 후작을 떠나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왔지만 스파이로 몰리게 된 찰스 다네이를 변호한 변호사다. 술을 좋아하고 염세주의적인 성격으로, 강하지만 여성과 아이에게 다정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 여성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다. “일단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한 질은 “시드니 칼튼은 나쁜 남자의 전형이고 작품을 쓸 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인물”이라며 웃었다.

기사도 문학의 삼각관계를 보는 듯한 세 사람의 관계와 비극적인 결말은 시드니 칼튼을 더 멋진 인물로 만들었다. 루시와의 사랑을 포기하고 친구인 찰스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장면은 한편으론 신파극을 보는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애끓는 감동을 전한다. 시드니를 더욱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원작 소설에선 설명돼 있지 않은 시드니에 대한 배경도 추가해 넣었다. 작가 질은 10대 때 가족을 떠나 공장에서 일했던 불우했던 디킨스의 과거를 시드니에게 투영시켰다.

▶한국 초연이 아시아 초연=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아시아지역에서 ‘두 도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보통 아시아시장에서의 테스트 마켓은 호주나 일본이다. 하지만 프로듀서인 론 샤프(Ron Sharpe)는 최용석 대표의 열정과 한국 뮤지컬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한국에 먼저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론은 “한국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과 명성황후가 시해당해 처참히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황후의 죽음이란 공통분모를 찾아낼 정도로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브로드웨이 수준의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세트와 의상, 악보 등이 한국으로 건너왔다. 무대 장치는 11개의 카고 컨테이너 박스에 담겨져 수송됐고 의상이나 가발은 항공편을 통해 왔다. 22인조 오케스트라가 만드는 웅장한 음악과 레드코트, 후작과 시종의 멋진 제복, 프랑스 혁명군의 의상, 화려한 샹들리에, 머스킷 총 등 세심한 소품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프로듀서 론은 “브로드웨이에서 ‘두 도시 이야기’를 많이 연출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형 작품이고 같은 작품을 올린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독일 프로덕션에 비해 훨씬 더 잘 만든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는 오히려 “브로드웨이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한국 프로덕션에서 채워준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근대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런던과 파리, 두 도시와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오는 10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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