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후보 경선 초반 3연전 결과 분석해보니…
孫 강원지역 현장투표 1위 불구모바일서 밀려 3위로 내려앉아
현장투표 가중치 룰 논의서 제외
당심·민심 괴리 문제점 또 재발
‘모바일’ 당 브랜드 강화만 집착
제주-울산-강원으로 이어지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3연전의 승부는 역시나 ‘모바일’이 갈랐다. 현장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모바일 표심에 밀려 2~3위로 밀려나는 양상이 벌어진 것. 모바일 투표 공정성 문제로 한 바탕 홍역을 치렀던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향후에도 만만치 않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5일 제주 경선 당일. “발표순서는 순회투표(대의원), 투표소투표(당원ㆍ일반시민), 모바일투표와 합산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최종합산 결과만 발표하겠다”며 임채정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당초 계획을 바꿔 최종합산 결과만 발표하자 김두관 캠프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대의원투표에서 김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져 3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날 문재인 후보는 모바일 투표의 힘으로 59%가 넘는 압도적인 차로 1위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현상은 28일 강원에서도 이어졌다.
손학규 후보는 전체 258표 중 132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강원도에서 손 후보의 우세를 점쳤던 당 안팎의 전망 그대로였다. 김 후보가 52표로 2위를 했고, 문 후보는 47표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바일투표의 압도적 표 차로 순위는 문-손-김 후보 순서로 뒤집어졌다. 손 후보는 특히 대의원투표뿐 아니라 투표소 투표를 합쳐 문 후보를 14표의 박빙의 차로 제쳤다. 하지만 최종합산 결과는 역시나 문 후보가 45%를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는 모바일투표의 고질적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을 대변하는 대의원투표는 ‘있으나마나’라는 푸념도 나왔다. 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후보 등 비문(非文)주자가 모바일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바일투표 도입으로 인한 민심과 당심의 괴리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ㆍ15 전당대회에서뿐 아니라 대표 경선에서도 모바일은 괴력을 발휘하며 순위를 뒤바꿔 놓았다.
손 후보 측 인사는 “현장투표에 가중치를 두면 괴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경선룰이 확정되기 전부터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경선룰 자체가 문 후보에게 유리했고, 이것은 의도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 인사는 “현장에서 대의원투표부터 차례차례 발표하기로 해놓고 이걸 왜 무시하나. 우리가 대의원투표 1등인데 모바일투표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이라고 깔아뭉갠 것”이라며 “당권을 잡은 세력이 문재인 대세론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다.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심보다 민심’이라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현장투표에만 가중치를 두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모바일투표라는 민주당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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