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당내 60여명의 의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가뜩이나 모바일 투표 공정성 문제로 경선이 진흙탕 싸움이 돼가는 가운데 의원마저 지지후보 선정을 ‘경선 끝나면 정하겠다’며 경선을 ‘남의 일’ 보듯 하고 있어서다. 당 일각에선 이들 의원 중 일부가 ‘안철수 지지자’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128명 의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60여명의 의원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9월 중순 후보가 확정 될 때까지 60여명의 의원을 자유방임해 놓고 있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흥행을 위해 각 의원에게 ‘지지 후보자를 정하라’는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유도 다양하다. ‘당직 때문에’ ‘지역구 관리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 등이다. 당 지도부에선 “당의 일인데 너무 무심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의원이 지지 후보자를 정한다고 해서 경선이 흥미진진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누구누구 의원은 ‘안철수 사람’이라는 소문들이 떠돈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지지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은 의원이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사람’으로 지칭되는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직간접 교류가 활발한 의원으로, 그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 관여했던 일부 의원도 포함된다.

이 같은 60여명 의원의 ‘무관심’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낮아지고, 독자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지지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은 의원이 안 원장 측으로 배를 갈아탈 것이라는 것이다. 지지 후보를 선택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안 원장 측으로 배를 갈아탈 때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선거일에 임박해서도 여전히 민주당 후보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이길 수 없는 분위기로 대선판이 돌아갈 경우 안 원장 측으로의 의원 이탈은 가속화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안 원장이 강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민주당이 갈라질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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