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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도제> 무책임한 피임약 재분류 보류
피임약을 둘러싼 의약품 재분류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29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열고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후피임약의 긴급성을 이유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겠다는 당초 정부 방침이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셈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복지부는 장황한 설명을 내놨다. ‘과학적으로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나, 그간의 사용관행, 사회ㆍ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해 현 분류체계를 유지하되 피임약 사용실태 및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재검토하겠다’는 중앙약심의 건의를 수용하겠다는 설명.

쉽게 말해 피임약 재분류와 관련해 과학적인 정답을 알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에 부딪혀 비합리적인 현상을 유지하는 결정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이번 의사결정은 국민의 건강과 편의를 위한 해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관행과 문화를 이유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에 밀린 결정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 결정과정에서도 그러했다. 국민의 건강과 편의는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에 밀려 의사결정에 온전하게 반영되지 못했다.

제대로된 의사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성, 실용성, 수용성,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잃었다. 또 국민들의 건강과 편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용성도 떨어진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다.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이 거듭될수록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만 커진다. 국민의 건강과 편의는 후순위로 밀리게 되며, 그만큼 정부 정책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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