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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손배소보다 경영쇄신 더 시급한 한전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와 전력시장 비용평가위원을 상대로 제기한다는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4년간 8조원의 적자가 쌓이는 등 만성적인 경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55조원에 이르는 부채도 갈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비싼 값에 전기를 사와 싼 값에 공급하다 보니 적자구조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전력거래소는 물론 개인인 비용평가위원에게까지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을 낸 것은 지나치다. 경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송을 제기하는 까닭도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전력 거래 구조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가 사들이고, 이를 한전이 되사가 시중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력거래소가 2%였던 발전자회사의 투자보수율(이익률)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7.99%로 대폭 높여 이 같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설령 전기 거래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면 한전은 거래소를 상대로 따지고 조정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협의과정에서는 무기력하게 물러나왔다가 지금 와서 굳이 소송 운운하며 문제를 삼는 것은 그야말로 ‘오버’이고 무책임한 일이다.

사오는 전기 값은 원가 변동을 반영해 수시로 올려줘야 하는데 파는 전기 값은 정부의 규제로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니 한전으로서도 억울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툭하면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물론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가격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적자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엉뚱하게 전력거래소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차제에 왜곡된 전기료 가격 체계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적어도 생산원가를 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료를 과감히 올리자는 것이다. 그래야 값이 싸다고 전기를 마구 쓰는 고질적인 ‘전력 과소비’ 폐해도 바로잡을 수 있다. 만성적인 전기부족 현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한전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그 전제다. 생산원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구성하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쇄신이다. 적자라고 아우성치면서 최고 수준의 급여와 후생을 누린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를 최대한 줄이는 자체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전기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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