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를 입으면 당황해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에 나서게 마련이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건강을 잃을 수 있다.

흔히 수해를 당해 대피하고 구조에 나서다보면 몸 여기저기가 긁히게 마련이다. 홍수 때 불어난 물은 각종 오염물질이나 세균이 많기 때문에 이런 물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면 접촉성 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 피부가 가렵고 따가우며 발갛게 반점이 생기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인다. 다친 피부에 세균이 침범하면 곪을 수도 있다. 따라서 물에 노출된 피부나 다친 부분은 즉시 수돗물이나 흐르는 깨끗한 물에 열심히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 소독을 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물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방수복이나 긴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수해지역에서 집단발병할 위험이 있는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인성 전염병이란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상한 음식물을 먹어 생기는 이질 등 여러 식중독을 포함해 장티푸스ㆍ콜레라 등과 같이 열, 복통, 구토, 몸살이 함께 생기는 설사병을 일컫는다. 수해지역은 온갖 오염물질과 대ㆍ소변 등이 섞인 더러운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음식이나 물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각종 세균에 감염돼 전염병에 걸리기 쉽다. 무엇보다 먹고 마시는 물이나 음식을 반드시 끓여 먹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먹고 마실 것이 부족하다 해도 물에 젖은 음식은 절대 섭취하면 안된다. 식기나 도마, 수저도 끓인 물을 이용해 평소보다 더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은 야생동물의 배설물에 물이 오염돼 렙토스피라증에 걸릴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야생동물 배설물에 섞여 있던 균이 피부의 상처를 통해 들어와 발생한다. 렙토스피라증에 걸리면 고열과 오한, 근육통이 심하고 간이나 폐에 합병증이 생겨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해가 지나간 뒤 쓰러진 벼를 일으키는 등 작업을 할 때는 장화나 장갑을 반드시 껴야 한다.

수해로 만들어진 곳곳의 물웅덩이는 파리와 모기가 들끓기 좋은 환경이다. 이들 해충은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는 말라리아가 모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고, 파리에 의해 식품이 오염돼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주변 환경 소독에 만전을 기하고 방충망을 설치해 해충을 막아야 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