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ㆍ민상식 기자ㆍ김인혜 인턴기자]명동은 음식점의 천국이다. 한식음식점만 400여곳에 달하고 어느곳에서나 세계 각국의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서울 중구청의 2010년 사업체보고서에 따르면 명동 내 한식 음식점 업 사업체수는 438개(종사자수 2604명), 분식 및 김밥 전문점 사업체수는 85개(종사자수 263명), 비알콜음료점업 사업체수 183개(종사자수 872명)다.
명동에는 특히 ‘명동교자’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음식점이 많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같은 유명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설 정도다.
▶명동 토박이들은 유명 식당 안간다=그러나 정작 이 곳에서 자리를 잡은 ‘명동토박이’ 들에게 맛집은 그냥 수많은 음식점 중 하나일 뿐이다. 명동에서 20여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성(53) 씨는 “점심이나 저녁때면 근처 백반집을 이용한다”며 “특별히 맛집이라고 찾아가는 것은 관광객들 이야기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노점상을 하는 진모(32) 씨는 “가게를 비워두지 못해 음식점을 찾지 않는다. 배달되는 간단한 음식을 먹든가, 근처 김밥집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옷가게 매장의 한 직원도 “감자탕집 등 매장 가까운 곳의 식당을 가거나 패스트푸드점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명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유명식당이나 맛집을 찾지 않는다. 명동의 치안을 책임지는 명동파출소 직원들은 “주로 근처의 중부경찰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명동사무소의 한 직원도 “한끼 5000원짜리 백반집 등 주변 식당을 간다. 명동의 유명 음식점들은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토박이들에겐 접근성과 가격이 식당선택의 고려요소가 된다. ‘유니클로’ 명동점의 한 직원은 “매장에서 가깝고,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식당을 찾는다. 한끼에 6000원이 넘지 않는 식당을 찾는 것도 조건”이라고 밝혔다.
‘망고’ 명동점의 직원들 중 절반은 도시락을 준비한다. 식당을 찾는일이 번거롭고, 도시락을 먹으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매장 직원은 “고깃집 ‘왕비집’은 사원증을 제시하면 오후 5시까지 메뉴를 10% 할인해줘 자주 간다”고 말했다. 왕비집 관계자는 “주변 매장 유니폼을 착용했으면 주문시 10% 할인혜택을 준다”며 “유니클로, 아디다스 등 매장 직원들이 단골”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는?=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찾는 명소중 한 곳은 46년 전통의 ‘명동교자’이다. 점심 식사 시간 때가 되면 이곳에서 칼국수, 만두 등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동교자 직원은 “주로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단체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면서 “한번에 100명 이상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명동함흥면옥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식당 직원은 “여름에는 외국인이 하루에 200명 가량 오는데 일본인이 80% 정도”라면서 “입소문을 타고 한번에 적게는 6~7명씩, 많게는 15명씩 다녀간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들은 냉면을 좋아한다. 육수를 말끔히 비우고, 수육도 잘 먹는다. 외국인 단골손님도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죽집 ‘약천’도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별식집이다. 일본, 중국 관광객이 대부분인데, 많을 때는 하루 100명 넘게 찾는다. 이곳 주인은 “주로 전복죽이나 어죽을 선호한다”면서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기 때문에 단골이 찾는다”고 밝혔다. 명동을 걷다보면 심심치않게 1인 외국인 관광객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운다. 명동 맛집이 대부분 2인 기준으로 주문을 받기 때문이다.
한 패스트푸드 점에서 만난 프랑스인 질모(30ㆍGILMOR) 씨는 “관광안내책자에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을 찾아갔지만 대부분 단체관광객 위주의 영업을 해 들어갈 엄두를 못냈다”며 “혼자오는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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