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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민주당, 경선 흥행 장담하더니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지난달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룰을 두고 한창 각 후보간 내분이 일어났을 때였다. 사석에서 만난 당 핵심 관계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은 누가 뭐래도 흥행합니다. 두고 보세요”라고 공언했다. “룰을 선수가 만드나, 당이 만들지”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울산에서 열린 두번째 지역순회경선은 보란듯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당이 만든 룰에 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등 ‘선수’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앞서 당은 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후보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와 울산 모바일투표를 재검표해 문제가 되는 선거인은 절차를 밟아 다시 투표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강원도 모바일투표도 하루 연기, 고지사항을 강화해 27일에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 15~16일 모바일투표를 마친 11만명의 권리당원에 대해서는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정세균 후보는 권리당원이 재투표 대상에서 제외된 데 반발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는 아예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당초 계획된 시간보다 2시간 지연된 오후 4시께 “3명의 후보가 참석하지 않아 합동연설회를 생략하고 대의원투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임채정 선관위원장이 투표시작을 선언하자 울산 종하체육관에 모인 각 후보 지지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고성과 욕설이 터져나왔고 일부 지지자는 단상 밑에서 “이해찬은 물러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 50대 여성 지지자는 단상 밑에 주저앉아 “투표 못한다. 이장선거도 이것보다 낫다”고 소리쳤다.

흥행을 장담한 당 지도부는 단상 아래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소동을 지켜봤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인태 의원만 부끄러운듯 어깨를 움츠린채 고개를 떨궜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대선경선이 고성과 욕설로 물들었는데도 당 지도부는 여전히 안이한 인식에 머물고 있다. 당 일각에선 ‘비문(非文)’ 후보들의 보이콧을 패자의 ‘몽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차피 모바일 재투표를 실시해도 1,2위가 바뀌진 않는데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선 판을 깨면 각 후보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민주당과 정권교체에도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축제는 1위와 2위를 가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룰 아래 흔쾌히 승복할 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경선흥행과 당 지지율에 목맨 당이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란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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