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비밀경찰의 폴란드인 학살 사건 문서
[헤럴드생생뉴스]미국이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에 의한 폴란드인 학살 사건을 일컫는 ‘카틴 숲 학살’ 관련 문서를 폴란드 측에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같이전하면서 폴란드 측이 미국 쪽 문서를 통해 카틴 숲 학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외교 차관 보구슬라프 비니드는 “우리는 이 문서들을 통해 옛 소련의 폴란드 장교 학살에 대해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비니드 차관은 다음달 10일 이후 미국 측으로부터 건네 받은 자료들을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측은 특히 이 문서들을 통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인학살 사건이 독일군 소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가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는 루즈벨트가 카틴 숲 학살이 소련 비밀경찰의 만행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공개할 경우 이오시프 스탈린이 격분해 독일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사실을 숨긴 것으로 믿고 있다.
‘카틴 숲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4~5월 폴란드인 2만여 명이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카틴 숲 등에서 옛 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총살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이 폴란드 독립의 씨를 자르기 위해 이 나라 지식인들을 처형하라는 비밀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틴 숲 학살을 나치 독일군의 소행이라며 부정해오던 소련 당국은 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러시아 군검찰에 의해 진행된사건 수사는 2004년 공식 종결됐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010년 11월 카틴 숲 학살 사건이 스탈린과 소련 지도부의 직접적 지시에 따라 자행됐음을 시인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공산당원들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카틴 숲 학살이 나치 독일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며 스탈린의 책임론을 부정하고 있다.
카틴 숲 사건은 역사적으로 오랜 갈등을 겪은 러시아와 폴란드 관계를 한층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
2010년 4월에는 카틴 숲 학살 추모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레흐 카친스키 전(前)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인사 등 96명이 탄 특별기가 학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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