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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치료협회 ’8월의 크리스마스’... ’장애 - 비장애’ 마음속 응어리 풀어내기
"장애아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장애아를 둔 형제자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잘 모릅니다. 소외감과 무력감, 장애형제를 돌봐야 한다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을 가지며 자기감정의 인식과 표현에 서툴러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사)한국연극치료협회 박미리 회장(용인대 교수)는 장애아에게만 집중된 사회와 가족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난 청소년기 비장애 형제자매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장애아때문에 늘 가짜 웃음을 지어야 했던 가족들은 다양한 여가활동과 연극치료를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마음속의 응어리를 한바땅 쏟아냈다. 한국치료협회는 지난 1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경기도 포천에서 여름 룰루랄라 신나는 가족 연극치료캠프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개최했다. 풍국주정공업(주)이 후원했다.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장애아와 부모, 비장애 형제자매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연극치료캠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맞춰 활동극을 하고 있다.                                                                             <한국연극치료협회 제공>

지난 2005년부터 열러 올해 8회를 맞아서는 장애 아동 가족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가족 간의 감사와 나눔을 주제로 열린 이번 캠프에는 장애아동 22명, 비장애 형제 22명, 부모 15명, 자원봉사자 69명 등 총 128명이 참여했다. 특히 모든 참여자들은 다른 가족과 각자 주어진 활동극을 하면서 폐쇄적인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로 감사와 나눔을 확장하기도 했다.

캠프 기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은 전체 통합 활동과 부모 팀 2조, 장애 팀 6조, 비 장애 형제 팀 6조로 이루어진 소규모 조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각 조는 연극심리상담사의 주도 하에 참여자와 자원봉사자들이 1대 1로 짝이 되어 연극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통합 활동은 이번 캠프에서 처음 만난 참여자들이 새 가족의 일원이 되어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참여자들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만남, 탄생, 성장의 과정을 구현했다. 특히 야외에서 진행된 물놀이에서는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터뜨리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기도 했다. 또한 할로윈 파티에서는 가족별 장기 자랑과 신나는 댄스파티, 그리고 촛불의식으로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3형제와 함께 온 한 어머니는 이번 캠프참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늘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짜 웃음을 지으며 살아온 저에게, 이번 캠프는 희망이라는 동반자가 있으니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살다보면 희망인 줄 알았던 것이 나를 배신하고 좌절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희망을 믿게 된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또한 자폐성 장애 1급인 딸과 함께 참여한 한 아버지는 “연극치료가 정말 우리아이에게 치료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캠프에 왔는데, 공연 발표를 보면서 아이가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특히 아이가 무대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표현하는 것을 본 것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를 주관한 박미리 회장은 “많은 사람들은 장애 아이와 부모님의 어려움은 짐작하지만 비장애형제의 상처에 대해서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장애 아동의 비 장애 형제들은 부모의 돌봄과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 장애 형제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일을 스스로 잘 해 나가며, 장애아동을 돌보는 보조 양육자의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따라서 소외감, 무력감과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며 자기감정의 인식과 표현에 서툴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때문에 왕따에 시달리다가 학교에서 자퇴까지 한 참가 학생은 “다양한 역할과 극 활동을 통해 공감과 지지를 경험하고 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이 아이는 “내년에도 꼭 캠프에 오겠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참여자들의 호응이 높은데는 60여명의 자원봉사자 역할이 크다. 연극심리상담사를 꿈꾸는 한 자원봉사자는 “각자의 상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감싸 안으면서 조 전체의 친밀감이 형성된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연극은 정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극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자신 있었는데, 2박 3일 동안 확신보다는 고민을,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얻게 된 것 같다.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됐다”고 붙였다.

문화관광부 산하 비영리 문화예술단체인 (사)한국연극치료협회는 사회복지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극치료 지원사업과 다채로운 예술문화 복지사업, 학술연구 및 연극심리상담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을 받아 자살 위험군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죽음과 삶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연극치료 캠프를 열기도 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정덕상 기자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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