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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품위 버리고 유머코드로 재무장…마케팅, 마이너리티에 주목하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광고 속 B급 문화
파레토의 시대 가고 롱테일 시대 도래
다양해진 고객 눈높이 맞추기 안간힘
막춤·만화 등 형식 탈피 공감대 형성



인기 예능인인 노홍철 하하 정형돈 그리고 힙합가수 데프콘까지, 이들이 인터넷TV에 나와 각종 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내용이 평범한 오락 프로그램하고는 좀 다르다. ‘스마트폰으로 셀카 찍기’ ‘주머니에 스마트폰 넣고 호핑볼 타기’ ‘닭발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받아쓰기’ 등 모든 게임에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게임 중간에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꼭 맞는 그립감’ 등 홍보문구가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팬택은 지난달 5인치 스마트폰 ‘베가S 5’를 출시하면서 제품의 기능과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내보내고 있는 ‘베가TV 어랍쑈’〈왼쪽 사진〉의 내용이다.

제목에서도 키치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베가TV 어랍쑈’는 인터넷TV 예능 형태를 띤 마케팅의 일종이다. 말주변 좋은, 코믹한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만큼 다소 시끄럽고 부산스럽지만 유쾌하고 즐겁다. 방송 시작부터 아예 ‘5인치 스마트폰 중 최고의 그립감을 자랑하는 베가S5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방송’, ‘다른 5인치 스마트폰 사용자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등과 같은 자랑과 허세(?)도 곁들여 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베가TV 어랍쑈’가 진행된 15일 동안 iSKY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120만명, 대결 영상 시청자 수 역시 120만명을 기록했다. 베가S5는 SK텔레콤 단독으로 출시됐음에도 하루 개통량 최대 3000대를 기록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차세대 대화면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베가TV 어랍쑈’는 소셜네트위크 시대에 기업의 홍보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스마트폰을 팔기 위한 마케팅활동이라면 기술력이나 스타일ㆍ휴머니즘ㆍ권위 등의 A급 미덕을 광고해야 했지만, ‘베가TV 어랍쑈’는 대신 유머와 즐거움ㆍ관심이라는 B급 목표를 택했고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실 광고에 B급은 있을 수 없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를 당당한 B급으로 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광고주들이 절대 허락하지도 않는다.

다만 세상이 변하고 고객의 기호가 다양해지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의 눈을 끌기 위해, 전에는 B급으로 무시되던 다양한 방식이 마케팅에 차용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나SK카드의 ‘CLUB SK’ 광고〈오른쪽 사진〉에 최근 등장한 ‘판타스틱 댄스’도 대표적인 사례다. 가정적인 이미지의 탤런트 유준상이 등장해 카드의 혜택이 있을 때마다 허리를 이상하게 흔드는 판타스틱 댄스를 추는데, 이 춤이 큰 인기다. 각종 연예 방송에서 오히려 이 춤을 따라 할 정도다. 카드사들의 일반적인 광고가 하나같이 ‘품위’나 ‘프레스티지’를 내세우고 있을 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진 ‘막춤 본능’을 자극해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CLUB SK 역시 50만장을 돌파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고객들로부터 공감과 소통ㆍ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광고에 B급은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광고주인 기업들이 유독 유머나 재치 면에서 보수적인 성향이었으나 최근 들어 광고와 마케팅의 채널이 TV나 신문 등을 넘어 다양화되고, SNS 등의 보급으로 고객들의 피드백도 다양화되면서 광고주들 역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3D 캐릭터로 ‘정대우 과장’을 등장시킨 대우건설의 애니메이션 광고는 굳이 따지자면 ‘형식적인 B급’을 택해 성공한 사례다. 정대우의 귀여운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음악은 장엄한 음악 속에서 시공 실적만 늘어놓기 바쁘던 경쟁사 광고들과 차별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그저 B급으로만 취급됐을 ‘만화’이지만 뻔한 건설사 광고에 지친 사람들과 어린이ㆍ청소년 등 ‘미래의 고객들’에게 대우건설에 대한 호감을 크게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광고나 마케팅업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파레토(Pareto)의 시대가 가고, 롱테일(Long Tail)의 시대가 온다’는 표현이 있어 왔다. ‘20%의 주요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이 깨지고, 그간 묻혀 있던 80%의 고객이 창출하는 매출이 빠르게 높아진다는 의미다.

과거의 소비가 주로 오프라인상에서 특정한 고객들을 중심으로만 이뤄졌다면, 이제는 인터넷ㆍ블로그ㆍSNS 등 달라진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바탕으로 전에 없던 정보 교환과 소비가 이뤄진다. 전에는 묻혀 있던 80%의 사람들이 무시 못할 소비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노션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인터넷ㆍ블로그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에서 과거에 무시당했던 80%의 마이너리티 소비자들까지 끌어안지 않으면 마케팅이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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