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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오페라의 유령’서 ‘위키드’까지…뮤지컬 관객의 눈을 높인 주역
<7> 국내 뮤지컬계 흥행 선도…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첨단 마케팅기법 도입 제작수준·역량 업그레이드
“뮤지컬도 산업” 대기업 자본 적극적으로 유치
조악한 무대·어설픈 의상·질낮은 음악에서 탈피
英 RUG·美 디즈니와 손잡고 양질의 콘텐츠 제공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은 국내 뮤지컬계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1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규모도 유례가 없었거니와 오리지널 제작사와 제휴를 맺고 세계적인 공연을 한국의 프로덕션과 배우로 고스란히 재현한 일도 처음이었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RUG(The Really Useful Group)와 손잡은 설앤컴퍼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 화려한 무대와 의상, 유럽의 이국적인 정서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설앤컴퍼니 설도윤(53) 대표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일부 공연관계자들은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가 20억~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을 올린 이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초연임에도 244번이나 무대에 올라 7개월 동안 장기 공연을 하며 24만명의 관객을 동원, 2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인터내셔널 투어에선 100회 공연에 20만명의 관객이 ‘오페라의 유령’을 봤고, 2009년엔 한국 뮤지컬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공연 관객 3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지방 공연까지 마친 이 작품은 뮤지컬계의 역사를 만들어가며 누적관객 9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대기업을 뮤지컬 시장에 끌어들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작품성을 인정받은 외국 뮤지컬을 한국에 소개했다. 최근 ‘위키드’로 연일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그는‘ 오페라의 유령’과 이 작품의 속편 격인‘ 러브 네버 다이스’를 준비하며 뮤지컬 시장의 확대를 또 한번 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설도윤 대표가 이끄는 설앤컴퍼니는 해외 유명작의 ‘라이선스 공연’(저작권과 제작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와 한국 배우와 스태프를 기용해 재창작하는 방식)을 통해 한국 뮤지컬계의 제작 수준과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시장을 넓힌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창작 뮤지컬과의 오랜 대립과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폄하가 적지 않았지만, 설도윤 대표와 설앤컴퍼니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한국 배우와 스태프, 제작사의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갔고, 한국 관객들 역시 한국 뮤지컬에 대한 열광으로 답했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은 그 시작이었다.

▶뮤지컬도 산업=설도윤 대표는 공연예술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함께 ‘뮤지컬도 산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한 프로듀서다. 좋은 작품의 탄생은 자본의 도움 없인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가진 그는 일찌감치 대기업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

막강한 자금력은 조악한 무대, 어설픈 의상, 질 낮은 음악 등의 한계를 벗어나 작품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첫 시도는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과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제작한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미국에 데려가 설득시키고 투자를 유치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제작비가 당시로선 큰 금액이었던 28억원이었고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 브로드웨이의 현지 스태프와 첨단 기술을 도입했고 브로드웨이에서만 보던 화려한 무대를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었다.

▶흥행의 절반은 좋은 작품으로부터=작품의 흥행은 좋은 작품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설앤컴퍼니는 4대 뮤지컬의 하나였던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아크로바틱한 고양이의 세계 ‘캣츠’, 아르헨티나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다루며 마돈나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에비타’를 비롯,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미녀와 야수’ 그리고 최근의 ‘위키드’를 선보였다. 이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3대 뮤지컬회사인 영국의 RUG, 미국의 디즈니 사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설앤컴퍼니는 ‘한국적인 것’과 창작 뮤지컬에 집착하지 않는다. 목표는 ‘브로드웨이 수준’의 뮤지컬 제작이다. 잘 만들어진 양질의 작품들을 국내에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미국이나 영국을 가지 않아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을 보고 왔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선사했다. 이것이 흥행으로 나타났다. 


▶마케팅도 크리에이티브= “뮤지컬은 50%가 콘텐츠, 50%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설도윤 대표는 공연 마케팅을 “작품을 흥행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작품 제작에 앞서 설앤컴퍼니는 전문 마케팅 리서치 회사와 함께 철저한 자료수집과 시장분석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한다. 마니아층 외에 잠재고객은 얼마나 될지,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전략과 전술을 짠다.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선진 마케팅 기법들을 도입했다. RUG의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고가의 명품’이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티켓 오픈도 개막 1~2개월 전에 티켓박스를 열던 관례를 깨고 4개월 전에 열었다. RUG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친 선진 마케팅 기법에 한국적 상황과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흥행의 전략으로 삼았다.

최근 흥행작 ‘위키드’도 그런 전략ㆍ전술의 산물이다. 지난 9년 동안 브로드웨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점,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은 있었지만 어른들의 동화는 뮤지컬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 최근 트렌드가 브로드웨이, 스타배우 위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작품 도입을 결정했다.

설 대표는 ‘위키드’가 8세부터 80세까지 관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판단했고, 시장조사를 통해 가격을 책정했다. 전화설문 등을 진행해 가격 평균치를 내고 수입 뮤지컬이 비싸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예측 최고가 25만원에서 30% 이상 가격을 떨어뜨렸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글로벌 콘텐츠를 만든다=설도윤 대표는 지난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과 일하며 RUG의 아시아 지역 컴퍼니 RUC의 팀 맥팔레인 회장을 만나게 됐고,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무한한 애정고백 끝에 한국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 인연은 설앤컴퍼니의 핵심적인 자산이 됐고 좋은 작품들을 국내에 들여오는 원동력이 됐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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