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탈북자 돕다 박해받은 조선족’ 난민 인정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다가 중국 공안에 쫓겨 한국으로 탈출한 중국동포가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진창수)는 조선족 이모(38ㆍ여) 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씨는 지인 A씨의 부탁으로 2010년 10월부터 직접 압록강을 건너가 탈북자를 데려온 뒤 자신의 집에서 며칠간 머물도록 해주는 등 아무런 대가없이 20여명의 탈북을 도왔다. 중국 공안은 A씨를 수사해 탈북 경로를 파악한 뒤 지난해 3월 A씨를 체포하고 가담자를 색출하는 한편 이 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 씨의 남편 또한 이 과정에서 체포돼 장기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공안의 추적을 피해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한국행을 감행했고, 지난해 3월 어선을 타고 밀항하다 우리 해경에 의해 발견됐다.

이 씨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았다’며 난민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당국은 “이 씨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설사 사실이라도 중국에서 중형을 받을 정도의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난민 인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의 행위 자체가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소극적 표현일지라도 박해의 이유가 ‘정치적 의견’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원한 탈북자 수가 많아 중국으로 돌아가면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한다”며 “이 씨의 입국 경위에 대한 설명도 일관된 점 등을 고려하면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이유로 조선족 난민 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탈북 지원자 처벌이, 한국 입장에서는 지나친 탄압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향후 비슷한 판결이 속출하면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