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과거사 공세’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제3의 변화’를 화두로 지지 기반인 산업화 세력은 물론, 민주화 세력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꺼낸 ‘제3의 변화’라는 화두 핵심엔 ‘대통합’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MB(이명박)와의 차별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제3의 변화’를 통해 과거사를 이용한 공세를 원천 차단하고,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박 후보의 대선 필살기인 것이다.
박 후보는 21일 과거사를 소재로 자신과 각을 세우고 있는 야권의 본거지 격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한다. 경제 성장을 만든 산업화 시대 성장 패러다임과, 정치 발전을 이뤄낸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후보 수락 연설의 약속을 단 하룻만에 실천에 옮기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동작동 현충원 방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산업화 시대의 상징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은 물론, 야권의 정신적 지주 격인 고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도 함께 참배했다.
당 대선 후보 첫 날, 박 후보의 이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전날 경선 직후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이미 예고됐다. 박 후보는 연설문에서 “경제 성장을 만든 산업화 시대 성장 패러다임과, 정치 발전을 이뤄낸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제3의 길을 통해 국민행복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처리즘’을 바탕으로 했던 18년 보수당의 장기집권을 끝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제3의 변화’에 대해 과거사를 소재로 자신에게 쏟아졌던 당 안팎의 공세를 단번에 차단하기 위한 일거양득의 수로 해석했다. 과거사 공격을 ‘낡은 시대’의 정치로 격하시키는 동시에, 새 시대를 여는 ‘준비된 지도자, 포용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덤으로 현 정부와 차별화 효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단 당 내부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평가를 놓고 사사껀껀 각을 세웠던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非朴)계를 향한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경선을 완주한 비박계 주자들과 연쇄 회동, 또 비박계 수장 격인 이재오, 정몽준 의원의 선대본부 영입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박 후보가 과거를 뛰어넘는 새로운 화두를 꺼냄으로써, 이들 비박계 세력의 합류에 명분을 쌓아줬다는 의미다. 친박계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그분들도 진정한 의미에서 손을 내민다면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다른 경선 주자들 역시 당의 후보를 돕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5ㆍ16 평가, 고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 연일 계속되고 있는 야당의 과거사 공세에 대한 정면돌파 의미도 강하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는 “정체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주변의 조언을 받아드린 모습”이라며 ‘산업화의 공도 인정하지만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반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중도층을 향한 러브콜이라고 설명했다. “아주 잘한 일”이라며 “그동안 박 후보를 향해 불통이라고 했던 사람들은 물파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효과도 기대했다. 광주 5ㆍ18이나 제주 4ㆍ3 기념식 불참 등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야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 대통령과 달리, 자신을 향한 공세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정권 교체라는 칼날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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