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 8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에 들어섰다. 흰색 차이나카라에 검정색 자켓, 검정책 긴 치마 차림의 그가 오른손에 장우산을 홀로 든 채 앞장서자 황우여 대표와 이혜훈, 이정현 최고위원등 30여명의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한 걸음 뒤에서 그의 뒤를 따랐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박근혜 경선 캠프를 총지휘했던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총괄본부장 등도 눈에 띄었다.
경선을 치를 때만해도 박 후보의 외부 일정에 당 지도부가 이처럼 대거 동행한 적은 없었다. 박 후보의 하루만에 더욱 높아진 위상과 새누리당의 대권 장악 의지를 실감케 하는 그림이었다. 박 후보 곁에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놓고 실랑이를 빚었던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나란히 서서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첫째로 강조한 ‘국민대통합’ 메시지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충원 참배에 이어 박 후보는 당 최고지도부 회의인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평소 황우여 대표가 앉아 회의를 주재하던 테이블 가운데에 자리했다. 황 대표는 자연스럽게 박 후보의 오른쪽 옆 자리로 물러났고, 다른 한쪽에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앉아 박 후보와 간간이 대화를 나눴다.
지난 20일 박근혜 후보가 18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당은 발빠르게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 중심은 박 후보다. 새누리당 당헌 제 90조에 따르면 대통령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지게 된다.
한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당 내 인사나 조직 구성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은 대선주자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전권을 공식적으로 장악한 셈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도 박 후보가 당 지도부에게 “정치쇄신특별기구는 빠른 시일내에 구성해서 입안해 주시기를 바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생과 관련된 국민행복 추진분과위원회도 가능한 빨리 구성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자 황우여 대표가 ”정치쇄신특별기구와 국민행복추진위는 당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완비도록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여의도 당사 6층의 당 대표실도 박 후보가 사용하도록 내 줬으며, 당 대표실은 같은 층 제1회의실로 옮겼다.
한편 박 후보는 경찰청으로부터 ‘국무총리급 경호’를 받게 된다. 현재 5명의 경찰관이 박 후보를 경호하고 있지만 이제는 경찰청으로부터 30명 가량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다. 우선 경찰청은 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됨과 동시에 5명의 경호인력을 더 보강해 총 10명의 경호를 배치했다. 수행경호와 행사장 경호 등으로 분류되는 경찰 경호팀은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박 후보를 24시간 철통 경호하게 될 예정이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