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공 나섰던 靑 휴전모드 불구
한국 안보리 진출 지지철회
독도문제 ICJ제소 공식 제의 등
日선 고강도 외교 폭격 나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시작된 ‘청일(靑日)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기습적인 설전(舌戰)으로 초반 기세를 장악한 청와대는 일단 휴전을 제안하는 모양새지만, 중국과도 물리적으로 맞붙은 일본은 되레 실전(實戰)으로 응전하면서 싸움터를 국제 무대로 넓히고 있다. 결국 이번 청일전쟁의 승패는 누가 외교적으로 더 강한 ‘화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정책은 일본이나 중국 등과 잘 지내는 것이다”며 “당장은 얼굴 붉힐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게 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극히 민감해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일왕 방한도 논의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한ㆍ일 통화스와프(Swap)에 대해 “없어도 타격은 없지만, 안돼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는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경제외교 성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설전을 마무리하려는 청와대 측의 뜻을 모르는 듯 일본은 ‘외교폭격’을 방불케 하는 강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17일에는 올가을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회의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비상임이사국 역임횟수는 일본이 무려 20차례, 한국은 단 두 차례뿐이다. 비상임이사국은 전체 회원국의 과반수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선출되는데, 일본이 외교력을 총동원할 경우 선출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일본은 동시에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도 공식 제의했다. 우리 측의 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의를 강행한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도발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일본은 이에 앞서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하는 단교를 빼면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적 조치도 했다.
반면 휴전의 뜻을 내비친 청와대와 우리 외교부 측은 이 같은 일본 측의 외교폭격에 무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할 정도의 유엔 내 지지도는 충분하며, ICJ 제소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외교공세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반한 감정을 악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 총선에서도 자민당은 정권탈환을 위해, 민주당은 정권수성을 위해 우경화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한(對韓) 도발과 재무장 등 일본의 우경화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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