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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산지, 에콰도르 망명 성공할까?..대사관 장기체류 가능성
에콰도르, ‘언론 자유국가’ 명분 노린 듯

[헤럴드경제=김현경기자]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가 에콰도르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망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어산지가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빠져나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에콰도르로 향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는 다수의 영국 경찰들이 배치돼 있어 어산지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어렵다. 건물이 시내에 있어 외부인의 눈도 많을 뿐더러 24시간 감시하는 순찰차와 폐쇄회로TV(CCTV)를 비껴가기도 쉽지 않다. 난관을 뚫고 공항에 도착한다고 해도 유명 인사인 그가 몰래 비행기에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콰도르는 서방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밝힌 표면적 이유는 ‘어산지의 신변 보호’지만 실질적 구제보다는 상징적 보호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의 비밀 외교 문건들을 폭로한 이후 서방 국가의 탄압을 받아온 어산지에게 손을 내밈으로써 ‘언론 자유국가’라는 명분을 얻으려는 노림수로 파악된다.

망명을 허용해도 실제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영국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상황에서 영국 경찰이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대사관에 진입하거나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타러 대사관을 나온 그를 체포할 경우 세계의 여론은 영국을 비난하는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에콰도르 정부로서는 망명을 허용하지 않아 잃을 것보다 망명을 허용해 얻을 정치적 이득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에콰도르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남미국가연합은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열기로 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16일(현지시간) “어산지 망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미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가 19일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루이스 알마그로 우루과이 외교장관은 어산지의 신변 보호와 영국 경찰이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어산지를 체포할 경우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어산지에 망명을 허용한 에콰도르 정부를 지지하는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포클랜드제도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분쟁에서 아르헨티나의 편을 들어준 남미국가연합은 어산지 문제로 또다시 영국과 와교적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역시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ALBA 회의는 18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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