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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 vs 손가락
“누가 스타일러스 펜을 원할까.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아무도 펜을 원하지 않는다.”

스마트기기 필기구로 등장한 스타일러스 펜에 대해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대중 앞에서 혹평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지시(pointing) 도구는 바로 손가락”이라며 인간의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진을 넘기고, 화면을 키웠다 줄이고, 음악을 연주하며 그림을 그리는 등 애플은 인간과 스마트기기의 매개체로 손가락을 선택했다. 디지털기기와 교류한다는 매력에 푹 빠진 소비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매료됐고,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UX)은 애플이 창조한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2년간 애플의 최대 경쟁자에서 추월자가 된 삼성전자는 잡스가 그토록 폄하한 펜에 주목해왔다. 호모 파베르. 도구적 인간으로서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점에 집중한 것. 여기에 삼성전자는 종이에 펜으로 필기하던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가 처음 펜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는 잡스의 말대로 부정적 의견을 던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보기 좋게 이를 뒤집었다. 스타일러스 펜을 탑재한 갤럭시노트가 출시 1년도 안 돼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5.3인치로 넓어진 대화면에 전자펜으로 메모하고 그림을 그리는 특장점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난 16일 갤럭시노트10.1을 출시한 삼성전자가 이번엔 진화된 펜을 선보인다. 마치 수화기 들고 통화하듯 펜으로 얘기하는 ‘보이스펜’이다. 펜 안에 마이크로폰과 헤드셋이 장착됐고, 블루투스 기능이 있다. 이에 사용자는 10.1인치 갤럭시노트를 가방이나 책상에 둔 채로 펜을 들고 통화할 수 있다. 보이스펜은 전화 온 것을 알려주는 진동 기능도 있다. 보이스펜은 다음주 말 판매될 예정이다. 또 펜 뒤에 지우개가 달린 펜도 갤럭시노트10.1 출시 같은 날 시판됐다. 연필 뒤에 지우개 있어 쓰다가 틀리면 바로 지우듯 전자펜 또한 필기와 지우개 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갤럭시노트, 갤럭시노트10.1, 갤럭시노트2(가칭) 공용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몸속의 미세전류를 펜에 흘려보내 마치 손가락으로 터치하듯 정교함을 배가시키는 펜기술도 미 특허청에 출원한 상태다. 마치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처럼 정확성이 높다고 해서 ‘펜이 디스플레이를 속이는 기술’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도 탑재돼 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등 펜의 무한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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