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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 일 감정격화 ‘경제뇌관’ 건드리나
독도방문 · 일왕사과 요구…꼬일대로 꼬이는 양국외교
日 카드사 발표회 일정연기
한국드라마 방영 보류 등
기업활동·한류 직접타격 우려

통화스와프 파기가능성 없지만…
지나친 대립 우려 목소리도


지난 50여년간 반목과 협력의 줄타기를 해온 한ㆍ일 관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이후 얼어붙으면서, 갈등의 불씨가 경제 분야로 급속히 옮아붙고 있다.

일본 정부의 끊임없는 도발과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이 촉발한 독도발 뇌관이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양국 간 ‘경제 전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독도발 뇌관이 터진 이후 금융위기의 안전판으로 불리는 한ㆍ일 통화스와프와 동아시아 경제블록 강화를 위한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이달 말로 예정된 한ㆍ일 재무장관 회담, 연말께 진행될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등 주요 경제 이슈와 일정들이 무기 연기되거나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과거처럼 정부 차원의 외교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기업활동과 문화교류 등 민간으로까지 감정의 골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카드사는 오는 22일 국내에서 카드서비스 발표회를 갖기로 했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날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신상품 발표를 연기했다”며 독도 문제로 뿔난 자국의 여론을 의식했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류 창구 역할을 했던 일본의 민간방송사들도 한국 드라마 방송을 중단하라는 항의전화가 폭주하자 드라마 방영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K-팝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지만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그중 일본 지역 매출 비율이 무려 80.8%에 달한다”면서 “아직까진 본격적인 반(反)한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한류스타들의 일본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를 감정적 차원으로 접근할 경우 양국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보다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은 “일본 우익의 주일 한국대사관 시위 등과 같은 문제들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한ㆍ일 FTA와 같은 경제 현안들이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정경분리를 통해 정치 문제를 경제와 연관시키지 않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교역규모가 지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선 데다 경제문화적 교류도 활발해 독도문제를 포함한 과거사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파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라며 “통화스와프에는 동아시아 통화주도권 문제 등이 걸려 있어 현재로선 외교문제가 스와프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 퍼센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정치문제가 생길 때마다 경제 교류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정부 차원의 교류는 일정 부분 타격이 있겠지만 기업 간 교류 등은 장기적으로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춘병ㆍ하남현 기자>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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