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부터 즉석밥 제품 햇반의 가격을 1280원에서 1400원으로 9.4% 인상해 판매하고 있다. 다시다 가격도 평균 8% 인상했다. 이들 품목의 가격 인상은 다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칠성도 전일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10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칠성의 주가는 2% 이상 상승했다.
지기창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곡물가격 급등 4~6개월 후 원가압박이 본격화하는 시점의 주가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상태”라며 “제품판매가 인상이 발표되는 시점에 본격적인 주가 회복국면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곡물가격 급등이 CJ제일제당의 곡물가공사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 기준으로 원재료비 8.4% 증가 수준이다. 곡물가 상승 악재는 CJ제일제당의 주가를 6월 이후 12% 가량 떨어뜨렸다.
이런 가운데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시킬 수 있는 가격 전가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가에 고무적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로 떨어지는 등 우호적인 물가 환경 속에 최근 맥주와 라면 가격이 인상되는 등 관련 업체의 움직임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의 물가 통제 의지로 인상 시기가 지체되기는 했어도 인상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8일 실적을 발표한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3.2% 감소한 9653억원, 영업이익은 22.3% 감소한 50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국내에서 대부분의 원재료를 매입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영향은 다소 덜 받지만 팜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농심은 아직 가격인상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삼양 등 다른 경쟁사들의 가격인상이 당분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는 점유율 회복세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율”이라며 “경쟁사들이 가격인상으로 농심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됐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하얀국물 라면의 비중이 6월에 5% 이하로 하락하는 등 농심의 점유율 회복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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