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MBC 간부가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루기로 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관련된 방송을 폐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 6일 소속 기자들이 모인 정례회의에서 안철수 원장과 관련한 아이템을 통과시키고 19일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방송은 대권주자로서 안 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짚어보고 안 원장이 밝힌 정책의 현실성 등을 따져보는 내용이었다.

MBC노조 등에 따르면, 불과 하루 만에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심원택 부장은 회의를 소집해 아이템 폐기를 지시했다. 이 간부는 전날 있었던 정례회의에도 참석했으며, 당시에는 해당 아이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 부장은 돌연 아이템을 폐기한 것에 대해 “안철수 원장을 다루는 것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한 담당 기자가 “취재 내용과 기사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니가 썼으면 편파적일 게 뻔하다”고 응수해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심 부장은 “2580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노조 골수당원”, “MBC 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해있는데 그럼 모두 친북 종북 좌파가 아니냐”는 말로도 소속 기자들을 분노케 했다.

2580 소속 기자들은 안 원장 관련 방송이 폐기된 것에 윗선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 부장은 6일 오전 회의에서는 아이템을 통과시키고, 그날 오후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주재한 부장급 회의에 참가했다. 그리고 나서 다음 날 갑자기 회의를 소집해 관련 방송분 폐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소속 기자들은 아이템을 폐기한 경위를 밝힐 것과 심 부장의 사과 및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8일 성명서를 통해 “기자들에 대해 ‘종북 친북 좌파’라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 심 부장은 공정방송을 실현하기에 부적절한 인물”이라며 “심 부장은 계속해서 편향된 시각을 들이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취재,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심 부장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기자들은 노조 골수 당원’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2580 기자들이 이번 정치파업에 참가했다. MBC 노조는 파업을 끝내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돈 못 받는 파업에서 돈 받는 파업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노조 집행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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