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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 블랙박스 ‘불편한 진실’
올 시장규모 2000억대 수준불구
현대·기아 등 국내 완성차 5곳
옵션 제공 차량 사실상 전무

급발진 논란속 수요급증 부담
순정 내비 출시때와 온도차
업계 ‘정책적 장착 회피’ 의혹


급발진 논란 이후로 블랙박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모든 자동차업계가 순정 블랙박스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정 제품은 차량 판매 때부터 차량 내에 옵션으로 장착하는 ‘비포(before) 제품’을 의미한다. 앞다퉈 순정 내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 등을 출시했던 때와 온도 차가 느껴진다. 일각에선 블랙박스가 큰 기술을 요하는 옵션이 아닌 만큼 자동차업계가 정책적으로 순정 블랙박스 장착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8일 국내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업계 5개사의 모델 중 순정 블랙박스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차량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코란도C, 렉스턴W, 코란도스포츠 등 3개 차종에 고객 요구에 따라 블랙박스를 장착해주고 있지만, 품질 보증을 쌍용차가 아닌 블랙박스 생산업체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의미의 순정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자동차 생산단계에서 장착되는 게 아니라, 차량 생산 이후 고객 요구에 따라 별도로 더해지는 옵션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의 특성에 맞게 제작업체에 특별 주문해 블랙박스를 개발한 것”이라며 “순정 옵션이 아닌 고객 서비스 차원”이라고 전했다.

블랙박스는 최근 가장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용품. 대표적인 블랙박스 판매업체 팅크웨어의 경우 지난해 블랙박스로 1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에는 1분기에만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팅크웨어 측은 “매년 2배 가까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 블랙박스 시장 규모를 2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업체도 100여개에 이르며, 최근에는 보험업계에서도 블랙박스 장착에 따라 보험료를 3~5% 할인해줘 블랙박스 수요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차량 옵션으로 제공되지 않아 고객들은 개별적으로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애프터(after) 시장’에만 몰리는 처지다. 자동차 동호회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어떤 블랙박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신뢰하기 어렵다” “깔끔하게 순정 제품으로 차량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싶다” 등의 의견을 쏟아내며 순정 제품 출시를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일각에선 아직 블랙박스 기술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A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게 블랙박스의 특성인데 자칫 차량 방전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순정 제품화하기엔 보완할 게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업계는 이미 충분히 시장에서 기술력이 검증됐다는 입장이다. 팅크웨어 측은 “자동차 방전이 의심되면 자동으로 블랙박스가 차단되는 기능이 이미 탑재돼 있다”며 “이미 기술력도 충분하고 충분히 시장 검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가 블랙박스 장착에 소극적인 이유를 급발진 논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B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기술력으론 이미 충분히 블랙박스를 장착할 수 있다”며 “다만 급발진 논란이 최근 자동차업계의 주요 화두인데, 블랙박스 확산도 완성차업계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골치 아픈 일에 (완성차업체가) 굳이 앞장설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5개사 완성차업체 측은 순정 블랙박스 장착과 관련해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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