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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조연’ CF 전성시대…필연적 이유가?
광고도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다. 성장과 확대가 최고 미덕이던 과거 고도 경제 성장기에는 빅스타를 기용해 물량으로 퍼붓는 광고가 아니면 주목받기 어려웠다. 광고주들이 너도 나도 ‘특A급’ 스타와 전속 계약을 하기 위해 억대 광고료를 불러 제친 이유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와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진 2012년엔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는 실속형 광고가 대세다. 이 바람을 타고 영화 속 신스틸러, 드라마 속 ‘명품’ 조연들이 광고 모델로서 전례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야흐로 조연 광고 전성시대다.

국민드라마인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4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뿐 아니라 연기자의 광고 출연으로도 대박을 맞았다. 극 중 레스토랑 훈남 사장 천재용 역의 이희준(33), 다혈질이지만 열연이 눈에 띄는 방말숙 역의 오연서(25), 미소년 같은 순수한 매력을 지닌 방이숙 역의 조윤희(30) 등 조연급 신예들이 인기의 바로미터라는 광고를 잇달아 접수했다.


이희준은 신용카드 CF와 극 중 커플을 이루는 조윤희와 함께 과자 CF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연서는 건강음료, 유제품, 의약품, 화장품 광고까지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오연서 소속사 측은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 ‘패션왕’, MBC ‘닥터진’ 등 올해 잇단 출연작에서 중량감 있는 조연으로 인지도를 높인 김일우(49)는 신용카드와 커피CF를 찍으며 연기 생애 중 가장 많은 광고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커피CF에선 메인 모델인 주원과 호흡을 맞추며 광고에서도 조연이다.

충무로 감초들의 광고 출연도 잇따르고 있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으로 상반기 극장가 최고 신스틸러로 꼽히는 배우 조정석(32)은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는 통신사, 자동차, 유제품, 건강음료 등의 TV CF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만의 매력을 무한 발산 중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SBS 드라마 ‘유령’에 출연하며 ‘미친소’란 별명도 얻은 배우 곽도원(38)은 통신사와 광고 계약을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범죄와의 전쟁’의 마동석(41)과 김성균(32)은 광고모델들의 선망의 대상인 전자업체 스마트기기 광고로 생애 첫 광고를 찍었다.

이 밖에 뮤지컬과 영화에서 감초 연기로 인기를 얻은 박준면(36)도 통신사 광고에서 코믹함을 선사했다.

‘작은 모델’들이 지닌 강점은 크다. 이들은 빅스타에게 필연적으로 따르는 ‘안티’가 없다. ‘넝쿨당’의 경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가족 드라마인데다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와 연장선 상에서 TV광고에서도 코믹하면서 따뜻한 이미지로 호감을 준다.

대부분 단발성 광고에 출연하므로 인적 리스크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2PM 닉쿤의 음주운전, 티아라의 멤버 왕따 사태 등 아이돌그룹에겐 비일비재한 사건사고의 파장은 조연들에겐 일어나도 미풍에 그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광고 모델료가 빅스타와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하지원 한효주 등 주로 예쁜 여배우를 2년간 전속 모델로 쓰다 올해 단발성 조연 출연 광고로 전략을 바꾼 롯데카드 관계자는 “모델료만 놓고 봤을 때 기존에 전속모델 썼을 때에 비해 20% 정도의 비용만으로 제작을 했다. 계약기간이 차이 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회사로선 광고비를 80% 이상 절감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신함이 돋보이고, 출연 모델보단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덧붙였다.

조연 배우들의 광고 출연 트렌드는 일시적이란 시각도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요즘 자동차, 휴대전화 등 대형 광고주들이 빅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추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조연 출연 광고는 반짝 눈에 띄는 것일 뿐 대부분 단발성이다. 오히려 요즘 광고는 제품 자체가 모델이 되거나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추세다. 나이를 먹지 않고 겹치기 출연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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