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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컬+글로벌 리스크 시대, 기업은 울고 싶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안에선 뺨 맞고, 밖에선 걷어 차이고…. 이런 최악의 기업환경에선 정말 울고 싶은 마음 뿐.”(10대그룹 임원)

국내에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로컬 리스크(Local Risk), 해외시장에선 세계 유수 기업들의 사활 건 견제라는 글로벌 리스크(Global Risk)에 직면한 현재 대기업의 막막한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정치권의 거센 경제민주화 바람이 기업, 특히 대기업을 옥죄고 있고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글로벌 톱 플레이어도 해외에서 집중 견제를 당하면서 신성장 동력 창출에 암울한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의 신경세포는 심각할 정도로 굳어있다. 정치권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대기업에 포문을 열어제쳤다. 총수의 집행유예 금지(경제민주화 법안 1호), 일감몰아주기 초강력 규제(2호)에 이어 새누리당은 3호 법안으로 신규 순환 출자 금지를 내놓았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며, 대기업 목을 꽉 죄는 형국이다. 기업은 물론 오너를 겨냥한 ‘대기업 때리기’라는 점에서 기업 영업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기업 스스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로컬 리스크’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민의를 수렴한 것 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상 대기업 규제”라며 “정치권이 기업 생존에는 관심이 없고 표만 얻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해외에서도 심각한 위기감에 봉착했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선전하자 집중 견제의 그물망은 더욱 촘촘히 짜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익 6조원을 돌파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시켰지만, 애플과의 소송으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 애플이 설립한 특허자회사엔 다국적기업이 참여, 한국 기업을 전방위 포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삼성전자는 코너에 몰려 있다. 업계에선 애플이 아이폰5 상황을 주시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삼성의 갤럭시S에 대한 목숨 건 견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5 매출이 좋지 않으면, 삼성전자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2분기 사상최고의 실적을 거둔 현대차 역시 안전치 못하다. 현대차가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자 PSA 푸조시트로앵, 피아트, 르노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통상집행부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은 현대차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태세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데도 정치권, 정부는 도와주기는 커녕 발목만 잡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와 일자리창출, 미래수익원 발굴에 우리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브레이크만 걸고 있다. ‘기업이 세계로 뻗어가야 나라가 산다’고 말만 할 뿐, 도움의 손길은 전혀 없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같은 대기업 홀대와 외면은 ‘한국발(發) 도요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잘 나갈 때’ 더 잘 나갈 수 있도록, 1류기업이 됐을때 초일류 기업으로 커 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집중 배려가 필요한 순간인데, 규제와 비판 위주의 안팎 분위기는 기업에 중대한 위기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도요타가 지금은 다시 살아났지만, 한때 대내외 변수의 시련에 견디다 못해 추락한 것”이라며 “세계 1위에 오르는 데는 70년이 걸렸지만 한순간에 나락에 빠졌던 도요타의 한때 몰락 사건이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4대그룹 임원은 “대기업이 최근 집단 범죄집단으로 매도되면서 마음의 병이 심각해졌고, 해외시장에서의 집중 견제로 코너에 몰리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같은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의 몫이지만, 기업 경영심리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는 사고의 전환점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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