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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2> ‘아트’ 입은 디자인…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되다
⑤ 그림과 디자인, 그 절묘한 만남
루이비통, 구사마 야요이와 협업
패션 아이템을 상품 그 이상으로

런던올림픽 포스터 세계가 주목
英 대표 아티스트 12명 참여

예술과 디자인의 ‘유쾌한 동거’
서로 윈윈하며 시너지효과 창출



디자인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아트(Arts)’가 있다. 그림이야말로 디자인의 가장 확실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일본이 낳은 세계적 아티스트 구사마 야요이(83ㆍ草間彌生)와 루이비통(Louis Vuitton)이다. 15년째 루이비통을 이끌고 있는 아트디렉터 마크 제이콥스(49ㆍ디자이너)는 ‘폴카 도트의 여왕’ 구사마 야요이를 루이비통의 새로운 협력 아티스트로 모시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그리고 마침내 올 초 계약 사실을 발표했고, 지난 7월 초 구사마 야요이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사마 야요이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폴카도트(polka dotㆍ일명 물방울 무늬) 그림과 호박 그림 등이 루이비통 디자인에 고스란히 차용되고 있다. 각종 가방과 의상, 액세서리, 그리고 윈도 디스플레이까지 구사마 야요이의 이미지들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

▶그림과 명품 디자인, 싱크로율 100%=일각에선 “구사마가 루이비통을 삼켜버렸다”고 할 정도로 구사마 야요이의 강렬한 물방울 무늬와 죽순처럼 뻗어가는 그물 패턴이 루이비통 부티크의 안팎을 물들이고 있다. 너무나 선명하고 도발적이어서 “루이비통은 보이지 않고 구사마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올 지경이다.

그렇다면 158년 역사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왜 이렇게 아티스트와 손잡길 열망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마크 제이콥스가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이래 슈테판 스푸라우저(2001년), 무라카미 다카시(2002년), 리처드 프린스(2007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디자인의 혁신을 추구해왔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아티스트 구사마 야요이(83ㆍ草間彌生)와 그녀의 작품을 콜라보레이션한 루이비통의‘구사마 백’.

또 루이비통의 각종 패션 아이템을 단순히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예술적 아우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진두지휘 아래 구사마의 황금빛 호박 조각은 곡선이 도드라진 힐과 반지, 열쇠고리에 그대로 투영됐다. 톡톡 튀는 물방울 회화는 빨간 원피스와 핸드백으로 변신했다. 그림과 디자인이 싱크로율 100%라 할 정도로 완벽하게 연결된 것.

루이비통으로선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지루하게 고여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브랜드임을 입증하고 있으니 서로 ‘윈-윈’ 중인 셈이다. 물론 이제 초기라 성급한 예단은 금물. 매출이 뒷받침돼야 동반적 관계는 롱런할 수 있다.

▶아티스트를 기용하니 올림픽 포스터도 그야말로 예술=요즘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그림이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런던 시내 곳곳에 내걸린 아름답고 멋진 올림픽 포스터의 디자인을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맡았기 때문이다.

정상급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예술세계가 고스란히 반영돼 “이번 런던 올림픽 포스터는 역대 올림픽 포스터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아티스트를 족집게처럼 잡아내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했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2012 런던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공식 포스터 디자인에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게리 흄(Gary Hume), 사라 모리스(Sarah Morris),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브리지트 라일리(Bridget Riley)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모두 쟁쟁한 일급 아티스트들이다. 
코발트빛 선명한 색조와 붉은 글씨·알파벳 텍스트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GO’라는 제목의 런던 올림픽 포스터와 그의 작품.

흥미로운 것은 12명 작가의 작업적 특성이 포스터에도 절묘하게 반영됐다는 점. 닮은꼴처럼 패러디돼 미술을 좀 아는 이들은 ‘아, 저건 아무개 작가의 것이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이를테면 알파벳, 일상의 기물로 산뜻한 회화세계를 선보여온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이 디자인한 포스터는 누가 봐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GO’라는 제목의 포스터는 ‘출발(Go)’이라는 단어와 기록을 측정하는 스톱워치를 결합시켜 스포츠의 긴박감 넘치는 순간을 똑 부러지게 응집했다. 코발트빛 선명한 색조와 붉은 글씨, 알파벳 텍스트는 크레이그-마틴의 전매특허다.

사라 모리스의 포스터 또한 마찬가지. 그는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밴(Big Ben)’을 등장시켰는데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이 기존 작업과 궤를 같이한다.

이렇듯 뛰어난 예술가들의 그림은 디자인에 제대로 변주될 때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이를 통해 대중은 한 차원 높은 디자인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다. 이는 곧 그림과 디자인이 서로 떨어진 게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처럼 사이좋게 맞닿아 있는 장르임을 확인시켜 준다. 예술과 디자인은 무릇 한몸인 셈이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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