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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복 교수, “‘먼나라 이웃나라’는 시대의 요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1500만부가 판매되며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국민만화’로 자리매김한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가 새로운 그림과 얘기로 다시 찾아온다. 초판이 발행된 지 25년 만에 개정판을 낸 이원복(66) 덕성여대 교수는 1987년 출간된 유럽편 6권의 원고를 폐기하고 1만2000컷에 달하는 원고를 3년 동안 완전히 새로 그렸다.

이원복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위상이 많이 바뀌었다. 원조받던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바뀌면서 세상을 보는 각도가 달라졌다. 그 중 가장 많이 변한 게 우리가 우리를 보는 시각이다”며, 80년대 동경으로 바라본 서구주의적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만화책으로 출간된 것은 1987년이지만 신문에 연재된 건 훨씬 이전이다. 1975년 독일 뮌스터대 유학 시절,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 원조다. 그러나 10년 독일생활로 연륜이 쌓이면서 그는 많은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폐기했다. 81년 ‘먼나라 이웃나라’란 제목으로 새롭게 신문연재를 시작하면서 바꾼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국내 독자는 물론 해외 유학생이나 유럽배낭족들의 여행과 학습 길잡이서로 세계를 이해하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는 종래 서양 중심적 역사관에서 탈피,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이 눈에 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대상을 균형적으로 바라보는 거리도 생겼다. 또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류 등 최근 흐름을 담았다.

가령, 독일의 경우 기존에는 나찌와 히틀러로 대표되는 상징속에서 국민성을 읽어내려 했지만 이번에는 반인종주의자, 철저한 평화주의자로서의 독일인을 그려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두 갈래다. 87년에 출간된 유럽편 6권과 2000년대에 나온 중국편, 일본편, 미국편, 한국편 등 8권으로, 이 교수는 마지막 스페인편을 올해 말 내놓고 15권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특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스페인에 대해 그는 애정이 많다. 로마에 이어 제국을 형성했던 스페인에서 국가의 흥망성쇠를 읽어내려 한다.

그는 특히 16세기 스페인이 가장 부강했을 때 역설적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리적ㆍ문화적ㆍ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뤄 제국을 이뤘지만 아랍인과 유대인을 쫓아내고 순혈주의를 내세우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지역편을 다룬 ‘가로 세로 세계사’에 집중할 생각이다. 발칸반도, 동남아시편에 이어 아프리카, 남미, 소련권 등을 다뤄보고 싶다고 밝혔다

‘만화계 독립군’으로 불리는 이 교수가 만화그리기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일반적인 만화계 도제시스템과 거리가 멀다. 경기고등학교 시절, 학교 신문에 4컷 만화를 그리던 그를 친구가 어느날 부친이 근무하는 소년한국일보에 데리고 간 게 계기가 됐다. 그분이 조풍연 주간이다. ‘학교신문에 만화를 그리고 있는 친구’라는 말에 대뜸 아르바이트를 맡겼다. 미군만화를 트레이싱지를 대고 베끼는 일이었다. 그는 그 일을 꽤 오랫동안 맡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올해로 그의 만화인생 반세기다.

그는 판매부수가 1000만 단위를 넘어가는 만화에는 사회의 요구가 있다고 여긴다. 가령 ‘그리스 로마신화’ ‘마법천자문’ 같은 거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경우 ‘글로벌화’가 그 화두다. 그는 70년대 유럽의 경험 속에서, “하룻밤에 기차 타면 세 나라를 갈 수 있는 때”를 꿈꿨다. 우리도 그때가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 꿈이 만화에 담겼다.

한 시리즈만으로 수십년을 사랑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교수는 “일생 동안 제일 잘한 게 유럽에 있으면서 10년 동안 연재를 중단하지 않은 것, 매일 손으로 그려 우편으로 보내면서 독자들과 스킨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사진=이상섭 기자/bab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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