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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메달 딴 女 궁사, 정의선 부회장에게 달려간 이유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마지막 한 발. 9점 이상을 쏴야 금메달을 확정 짓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 기보배(광주광역시청)의 활시위를 지켜보는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는 팽팽한 침묵에 휩싸였다. 기보배의 손을 떠난 활은 9점을 기록했고, 경기장은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그 환호성 속에는 현장에서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때부터 이어온 양궁 사랑이다. 현대차 오너가(家)의 뜨거운 양궁 사랑도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7연패라는 쾌거를 이루는 데 큰 힘이 됐다.

29일(현지시각) 여자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을 확정 짓자마자 객석으로 달려갔다. 객석에는 숨죽이며 양궁팀을 응원하던 관계자가 모여 있었고, 정 부회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 부회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먼저 선수들을 향해 달려나왔다. 한명 한명과 모두 포옹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점차 ‘신승(辛勝)’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힘주어 등을 토닥이는 정 부회장의 손도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정 부회장의 등장은 깜짝 출연이 아니다. 현대가와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회장은 LA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을 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양궁단을 창단했다.

오랜 인연만큼 양궁과 얽힌 일화도 다양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을 앞두곤 정 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내기도 했고, 현대정공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 양궁 선수에게 제공한 적도 있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 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이런 현대가의 양궁 사랑은 대물림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정 회장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올림픽 때도 정 부회장은 직접 런던으로 출국해 현장에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친밀한 스킨십도 눈길을 끈다.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회식을 열었고, 대회 종료 후에도 성적과 관계없이 선수들을 격려해줬다는 후문이다.

해외전지훈련 때에도 한식을 항상 챙겨주라 주문하고, 직접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은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등 애정을 쏟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폴란드에서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대표팀에 MP4 플레이어를 선물했고, 이번 올림픽 직전에도 “훈련에 활용하라”며 뉴 아이패드를 선물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이를 경기장 시뮬레이션 이미지 트레이닝에 활용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대표팀의 한라산 등반 극기훈련에도 동행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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