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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에르메스가 선택한 작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이 세명의 작가가 올해 에르메스미술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에르메스재단이 후원하는 ‘에르메스 미술상’은 한국의 젊은 작가 중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가는 유망작가 3명을 선정해 이들의 작품제작과 전시를 지원하고, 최종 우승자를 가려 시상하는 제도이다. 

올해로 13회째인 이 미술상의 최종후보로 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등 세명이 뽑혔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트 3층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특별히 제작한 신작을 27일부터 오는 9월 25일까지 선보인다.

디지털 이미지, 사진, 조각, 설치, 영상작업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하는 구동희는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란 설치작업을 구현했다.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란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에 수록된 곡이며, 나선형 놀이기구를 뜻하기도 한다. 

작가는 여름철이면 각 가정에서 모기를 쫓기 위해 많이 썼던 둥근 모기향(일명 홈키파)을 나선형으로 끝없이 이어붙여 전시장 천장에 내걸었다. ‘나선형 미끄럼틀’ 또는 ‘정신없이 심란한 상태’라는 헬터 스켈터의 사전적 의미에 착안한 설치작품이다.

또 사각의 검은 유리를 계속 이어붙여 어두운 미로도 만들었다. 검은 방 안쪽으로 빙빙 돌아서 들어가노라면 휘파람 소리와 모기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검은 미로와 사운드가 결합된 일종의 사운드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헬터 스켈터’에서 파생되는 여러 의미와 사람들의 어린시절 유희 등을 이번 작품의 핵심요소로 삼았다. ‘헬터 스켈터’는 1960년대말 미국의 악명 높던 이교집단 ‘맨슨 패밀리’의 리더로 집단학살을 저지른 찰스 맨슨이 심취했던 곡이기도 하다. 구동희는 이 단어가 정신 없이 심란한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는데 주목해 이같은 작업을 만들었다. 



 
 


즉 요즘들어 유행병처럼 번지는 음모론들이 사람들을 혼돈 속으로 이끌며 사고의 역주행을 하게 하는 것처럼, 작가는 ‘헬터 스켈터’의 오브제와 사운드, 이미지들이 통상적인 사람들의 사고와 감각의 방향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키며 낯선 세계로 이끌고 있도록 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작업하며 을지로와 청계천 등지를 자주 오가는 작가 이미경은 ‘가림막 Fence’작업을 선보였다. 평소에도 작가는 도시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가림막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가림막은 도시환경을 어지럽히는 곳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세워지지만, 개발과 재건축이 일상화된 한국에선 그 자체가 일종의 ‘감정적 기호’라고 믿는 작가는 "사람들은 가림막 너머의 그 어떤 것들을 추정하고 그에 대한 각자의 판단과 느낌을 갖게 된다"며 "무심한 도시의 일상에서 가림막은 감정을 유발시키는 흥미로운 매개체"라고 했다. 
 
 
이에 이미경은 아틀리에 에르메스라는 장소 안에 ‘또 다른 장소’를 구축했다.그 자신이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시각예술로 드러내느냐, 어떻게 소통하느냐를 늘 과제로 여겨온 작가는 그러나 동시에 ‘표현의 과잉’은 경계해왔다. 적정량을 넘어 과잉 생산되거나 소비된 것들이 쓰레기가 되듯 표현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이미경은 "에르메스의 최종후보에 선정됐다고 하니까 모두들 ‘어떤 작업을 할 건데?’하고 물어보더라.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열띠게, 가열차게 궁금해하더라. 그래서 일부러, 역으로 가림막을 설치해 아무 것도 안 보여주는 쪽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가림막을 제대로, 가장 간결하고 심심하게 만드는 작업이 의외로 쉽지 않았다고 했다.

177cm 높이로 설치된 사각의 가림막 앞에 둥근 디딤돌을 놓아 작가는 관람객이 안쪽이 무척 궁금해지도록 했다. 디딤돌을 딛고 안쪽을 들여다본 이들은 ‘뭐야?’라고 모두들 한숨을 짓게 된다(안쪽에 아무 것도 없기에). ‘낭비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내 작업을 본 관람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며 ‘아무 것도 못 보고 왔다’고 얘기하면 맞는 것이다. 가림막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가는 허무한 설정이 내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잭슨홍은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이란 타이틀로 다양한 오브제및 설치작품, 평면작업을 시도했다. 

작가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대량생산’이 낡은 생산방식으로 취급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시대에, 지난 20세기식 ‘대량생산’의 프로세스와 결과물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이에 실제 크기 보다 1.5배정도 확대된 오브제들이 여럿 나왔다. 비정형의 물체와 작은 성 요셉상, 기도하는 천사를 묘사한 정원조각, 파란 종이케이스에 담겼던 달걀 등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면서도 한없이 낯선 오브제들이 다양한 형태의 좌대에 놓여져 있다. 벽면에는 또 미국 특허검색 사이트에서 “Redemption(구원)”과 Punishment(처벌)”을 쳐서 무작위로 선택한 이미지를 프린트한 액자 50개를 걸었다.

작가는 지난 20세기의 상업적 유산인 ’대량생산’이란 아직도 지어지지 않은 기념관 또는 상연되지 않은 기념극일 수도 있다며 “이번 작업은 고정화된 조각이지만 움직임의 한 순간을 슬쩍 포착한 가벼운 농담같은 작업들”이라며 "1.5배로 사물을 확대한 것은 그 크기가 가장 기이하고, 낯설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에르메스 미술상의 최종 수상자는 오는 9월 13일 발표한다. 02-544-7722.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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