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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재익 알고보니 글램핑족…통나무집에 캠핑카도 구입…인생 후반전 전원서 플레이
“음악 들으며 커피 마시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거죠.”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는 법이 없다는 종심(從心)에 이른 송재익 전 캐스터의 요즘 일상이다. 그의 인생 후반전의 그라운드는 집이 아닌 전원이다. 혼탁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의 바닷가나 호숫가에 캠핑카를 세워두면, 마음은 살포시 내려앉는다. 성인군자의 삶이 따로 없다.

캠핑카 생활은 SBS에서 K리그 중계를 전담할 당시부터 시작했다. 캠핑트레일러를 타고 축구경기가 있는 광양ㆍ포항을 오갔고, 중계가 없는 날엔 인근 장터나 삼림ㆍ호수 등을 돌았다. 마이크를 놓을 즈음인 2007년엔 1억원짜리 지금의 캠핑카를 구입했다. 위성TV, 싱크대, 침대, 냉장고 등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럭셔리한 캠핑카다. 그는 알고보니 글램핑족이었다. 그에 걸맞은 아이패드까지 갖췄다. 아이패드로 촬영해 저장해 둔 갖가지 풍경 사진과 손주 사진은 새로운 자랑자거리다.

달변, 다변인 그는 오히려 조용히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해 3년 전엔 경남 통영에 자그마한 통나무집도 마련했다. MBC 퇴직금 3억원으로 통영시 도산면 저산리에 100평짜리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6평짜리 집과 15평짜리 데크를 붙였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테이블을 놓으니 그럴싸한 커피숍이 따로 없다. 눈 앞에 펼쳐진 고성만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의 아름다운 풍광을 언제라도 공짜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동네 주민은 송 캐스터가 낚시하러 온 줄 알지. 사실 나는 낚시도 싫고, 농사도 싫어 텃밭도 없어요. 캠핑카 주차 공간과 물과 전기가 나오면 그걸로 되죠. 고성만의 일몰이 국내에서 제일 온화하고 좋아요. 기가 막히거든요.”

그는 캠핑카를 타고 삼천포ㆍ광양ㆍ남해ㆍ여수ㆍ순천ㆍ해남ㆍ장흥을 돈다. 각 지역 장이 서는 날도 줄줄 꿰고 있다. 길에서 마주치는 인연은 색다른 활력소다. 한번은 모랫가에서 자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여행왔다는 여학생을 통나무집에서 재우기도 했다. 장터에서 5000원짜리 해장국을 먹고 있는 그를 알아본 한 시민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알은체하기도 했다.

“통영 오면 놀러오세요.” 미국 시인 소로의 ‘월든’처럼 그의 통나무집은 치유가 필요한 도시인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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