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재능 기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자신의 법률자문은 재능이 아니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자문을 하면서 되레 ‘나도 이런 점은 유의해야겠다’며 배우는 점이 많다고 했다.
집단소송, 인수합병(M&A) 등 상사분쟁 분야 전문가인 서 변호사는 지난달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발족시킨 법무서비스지원단(법무지원단)에 참여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무료 법률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 변호사는 “2004년부터 전경련에서 정책위원회나 포럼 등 자문 업무를 맡아오면서 법적ㆍ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왔다”고 했다.
그런 서 변호사에게 기회가 왔다. 올초 ‘중소기업 대상 무료 법률자문단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전경련 관계자의 제안이 들어왔고, 그는 망설임없이 받아들였다.
그가 무료 법률자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9년 미국 로스쿨에 유학을 가면서부터다. 그는 부자나 지식인이 자신의 부(富)와 재능을 경제적 대가없이 나누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서 변호사는 법원 조정위원,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사법시험ㆍ군법무관임용시험 관리위원 등 수고료 정도 밖에 받지 못하는 ‘작은’ 일들을 도맡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는 급여의 일정액을 쪼개 한국성폭력상담소, 유네스코 등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여성, 아동, 노인, 복지, 다문화 등 평소 관심있던 분야의 단체들에 대해 경제적 도움을 줬다. 경제 기부가 재능 기부로 이어진 것이다.
서 변호사는 중소기업 무료 법률자문을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3~4통 정도 관련 전화를 받는다. 깊은 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경련이나 그의 사무실로 상담자를 부르기도 하고, 직접 해당 중소기업을 찾기도 한다.
서 변호사가 자문을 받는 내용은 대부분 법적 지식이 없이 계약서와 약정 사항을 살피지 않아 낭패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중소기업 경영인이 참고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우선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세요. 자문을 받으셔도 됩니다. 특히 본인이 받기로 한 내용이 잘 반영돼 있나 살피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거나 잘 안 됐을 때, 손해 분담률 등 문서화된 약정사항을 보십시오. 이 정도만 살펴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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