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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나는 고졸이다>프롤로그 "수퍼 고졸의 시대 곧 도래?
대한민국에서 고졸(高卒)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매우 힘겨운, 차별과의 투쟁이었다.

임금은 말 할 것도 없고 채용과 교육과 복지, 실질적 부(富) 등 모든 면에서 대졸(大卒)에 치이고 홀대받아 왔다. 대부분 중산층에 편입되지 못하고 사회적 편견과 자괴감 속에서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70~80년대 경제확장기에 한 때 공고(工高) 상고(商高)가 각광받던 때도 있었지만,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와 승진 연한 차별 등에 울어야 했다. 그리하여 다시 주경야독(晝經夜讀), 늦깎이 대졸자가 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고졸 채용 바람이 불더니 지난해 부터는 사회적 도미노 현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고졸 채용 확대를 추진 중이며 공기업들도 우수 고졸사원 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올 들어서만도 주요 대기업에서 뽑겠다는 인원이 삼성 9000명을 포함해 얼추 2만명 수준에 이를 듯 하다. 앞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고졸이라고 다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선택된 자들 만이 채용된다. 자격증, 인증서 등 이른바 ‘스펙’과 함께 나름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이른바 ‘수퍼 고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고졸 인력들은 놀랄만한 스펙과 스토리, 그리고 끼로 꽉 차 있다. 삼성 인사담당 고위임원 조차 “합격자 가운데 20% 정도는 지금 당장 현업에서 경쟁을 시켜도 될 정도”라며 혀를 찰 정도다.

대학 수시입학에 성공하고도 IT 대기업에 취업한 이도 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술명장’이 되겠다며 고 1 때 부터 기계와 싸워 온 학생들도 있다. 인재 확보에 목 말라 있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수퍼 고졸은 사회적으로도 선순환으로 만들어 낸다. 고교 교육의 내실화를 가져와 ‘궂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살 길이 있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 인재들이 들어와 대졸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다 보면 기업 경쟁력도 저절로 높아진다. 자연히 기업은 또다른 인재를 찾아 고졸 채용을 늘릴 것이고, 이는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차 존 폴 디조리아(포브스 선정 미국 400대 부자 중 81위, 폴 미첼 창업자) 같은 고졸 학력의 글로벌 CEO 탄생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어렵게 대학에 들여보내기 보다, 고졸자로 내버려둬도 될까? 대학 갈 돈의 절반만 있어도 스펙과 스토리로 무장한 고졸자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게 우리 부모들의 고민이다.

불행하게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 처럼 고졸자와 대졸자가 사회 신분과 실제 처우에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되기엔 아직 요원하다. 고졸자 우대 분위기도 없다. 임금체계도 차이가 나고 승진 연한도 아직은 차별적이다.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수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스펙, 스토리를 갖춘 수퍼 고졸들이 속속 우리사회 일원으로 조기에 편입되고 스스로의 위상을 높여간다면, 그런 날이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조진래 부국장 겸 선임기자/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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