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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욕구 없이, 불평 없이 사는 법을 안다”…인도는 ‘로망의 땅’
인도
가진 것 없어도 삶이 풍요로운…
토크빌 등 세계의 지성들 극찬

카스트 제도·산업화·생존경쟁…
영화속에선 그들의 현실 보여줘


여름휴가 특집이다. 파리에 이어 이번엔 인도다. 파리에 버금갈 정도로 수많은 지성과 예술가들이 인도와 인도의 정신에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인도 철학자들이 추구한 이상과 섬세함을 깨닫는다면,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유럽 철학자들조차 마치 학생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타’의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도 멋진 표현으로 인도의 풍경을 예찬했다.

“나는 저녁 무렵의 인도를 사랑한다. 해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걸쳐져 있고, 사위는 고요 속으로 침잠하며, 노동자들이 가슴 속에 크리쉬나 신과 하루벌이 양식을 품고 자전거의 물결을 이루며 집으로 돌아가는 마법의 순간을.”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인도적인 삶’의 본질에 대해 말했다. “인도인들은 욕구 없이 살아가며, 불평 없이 견디는 삶의 방식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노래하며 죽음을 맞을 수 있는지도.”

영국 문학가 조지 버너드 쇼도 특유의 유려한 수사를 동원해 한마디를 보탰다. “인도적인 삶의 방식이야말로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진정한 삶의 전망을 제시한다. 인도에서 우리는 가공의 가면을 벗어낸다. 세상을 빚어낸 조물주의 손길은 인도의 얼굴에 가장 유연한 흔적을 남겼다. 서구인들이 인공의 엄폐물 뒤로 숨는 동안 인도인의 얼굴에선 삶 천연의 광채가 빛난다.”

멤버들과 함께 인도여행을 다녀온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인도로부터 세례가 머리 위로 쏟아질 때마다 늘 더 많은 노래를 쓰게 된다”고 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내가 하는 모든 컬렉션에는 인도적인 영감이 있다”며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인도의 풍광뿐 아니라 놀랄 만큼 아름다운 인도 여인의 얼굴과 찬란한 색깔의 옷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색은 삶이다”고 말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영국 영화로, 다양한 이유로 인도의 한 이국적인 호텔에서 황혼기와 삶의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독신 혹은 부부 7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운송수단인 ‘툭툭이’와 차, 코끼리와 낙타, 트럭으로 붐비는 인도의 시내와 발길 닿는 곳이 유적지인 화려한 사원들, 장폴 고티에가 극찬한 색감을 만날 수 있다.

인도는 서구의 지성과 예술가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치유와 명상을 제공하는 관광 여행지로 각광받게 됐으며, 심지어는 각종 미용 브랜드와 뷰티 제품의 ‘원산지’로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는 영화대로 워낙 큰 시장인 데다 자국의 영화에 대한 선호가 뿌리깊은 곳이라 할리우드나 영어권 영화사들엔 가장 도전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볼리우드(옛 봄베이, 지금의 뭄바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힌두어 영화)나 콜리우드(첸나이 지역 중심의 타밀어 영화)와의 합작은 할리우드에서도 하나의 뚜렷한 유행을 타고 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하거나 인도의 인기 배우들을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나 ‘내 이름은 칸’ 등이 대표적이다.

서구인들의 시선에 포착되거나 할리우드 혹은 자국 영화 속에 등장한 현대 인도의 이미지란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두 손을 치켜들어 숭배해 마지 않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할리우드와 인도 합작 영화인 ‘내 이름은 칸’에선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미국 대통령에게 알려야 하는 자폐증 청년이 주인공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고 있지만, 자폐의 울타리에 갇혀 있으며, 그래도 순수한 영혼을 소유한 청년은 IT강국이며 카스트(계급)제도가 잔존하며, 명상과 유적의 나라이고, 수많은 언어가 사용되는 인도의 복잡다단한 이미지 중 한 면모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선 여전한 가난과 현대적 미디어가 공존하는 국가이며 ‘스탠리의 도시락’에선 아동노동이 심각한 나라다. ‘세 얼간이’는 인도가 명상과 치유의 공간이기 이전에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로 교육에서부터 생존 경쟁이 치열한 곳임을 보여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같은 작품들은 인도에 관한 서구인의 환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할리우드나 인도영화나 인도에 대한 서구인들의 로망이나 편견을 적당히 수용하고 풀어내면서도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인도’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판다고 하겠다.

최근작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영국 영화로, 다양한 이유로 인도의 한 이국적인 호텔에서 황혼기와 삶의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독신 혹은 부부 7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도의 여름판 ‘러브 액추얼리’라고 할 만큼 극적인 구성이 탄탄하고 주디 댄치, 빌 나이, 톰 윌킨슨, 매기 스미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명연기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인도의 풍광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 지방에서 촬영했다. 운송수단인 ‘툭툭이’와 차, 코끼리와 낙타, 트럭으로 붐비는 인도의 시내와 발길 닿는 곳이 유적지인 화려한 사원들, 장 폴 고티에가 극찬한 색감을 만날 수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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