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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이 행장되는 은행 만들겠다”...조준희 기업은행장, 학벌없는 파격인사
[헤럴드경제=양춘병 기자]학연과 지연, 스펙과 간판이 거미줄처럼 얽힌 한국사회에서 ‘학벌없는 직장’의 꿈을 현실로 만든 CEO가 있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지 않다’는 고사성어를 금언처럼 여기는 조준희(58) IBK기업은행장.

조 행장은 12일 전체 직원의 13%인 1600명을 ‘원샷인사(임직원 승진ㆍ이동 하루에 실시)’ 하면서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행내 엘리트들의 전유물이던 해외지점 근무의 기회를 영업력이 탁월한 숨은 인재들에게 돌렸다. 한 점포에서 여러 직원이 동시에 이동하거나, 학연ㆍ혈연ㆍ지연 등 연고가 같은 직원이 한 점포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인사’ 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그의 인사 목록에는 운전기사와 보일러공, 창구직원을 거쳐 지점장으로 승진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을 비롯해, 청원경찰 출신 과장, 용비경비원 출신 계장 등 파노라마같은 인생 역정들이 빼곡하다.

주변에서는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지만, 그는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인사’ 라고 강조한다. 그는 “나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아니지만 행장이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며 “성실하고 실력만 있다면 고졸 출신이건 계약직 출신이건 누구나 행장이 될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조 행장은 지난 2010년 쟁쟁한 스펙의 동료와 힘있는 외부 인사들 사이에서 오직 영업능력 하나로 기업은행 49년사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 됐다.

조 행장의 파격 인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는 작년 상반기 이후 금융권을 강타한 고졸채용 트랜드의 선두주자이다.

다들 주저하고 있을 때 고졸자와 장애인, 다문화가정 출신 등 능력은 있지만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소외계층 고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기업은행을 방문해 “최고의 애국자는 고용 창출을 많이 하는 사람이며 고졸 채용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격려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올 해도 110명의 고졸자들이 기업은행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디뎠다.

조 행장이 남다른 인사 원칙을 과감히 실행할 수 있었던 데는 행원시절에 경험한 인사부 근무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인사부에 근무하면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일, ‘인사가 만사’ 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면서 “논어, 손자병법 등 수많은 고전들도 인사에 실패하면 아무리 다른 일을 잘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능력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조준희식 인사실험’ 이 학벌과 스펙으로 중무장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성공 롤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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