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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경영학 무섭게 탐독하지만…뭐니뭐니해도 술자리!
‘아이디어 뱅크’ 조운호 내공의 뿌리는
조운호 (주)얼쑤 대표는 달변가다. 그가 술술 입을 열다 보니 첫 번째 인터뷰 세 시간, 두 번째 만남에서의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달변의 힘은 멈추지 않는 상상력이다. 대추음료를 구상하면서 추석 때 나를 반기는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고, 햅쌀에서 ‘아침햇살’의 모티브인 햇살을 착안해내는 상상력. 오죽하면 그는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도 “담배를 피우면 어두운 연기가 나오고, 하얀 재가 남잖습니까. 저 혼자 의미 부여하기는 ‘담배 연기가 내 몸 안에 있는 나쁜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고, 좋은 것들만 남겨준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껄껄 웃을 정도다.

‘못 말리는’ 상상력은 그가 꾸준히 쌓아온 ‘잡학’에서 나온다. 그는 짬 날 때마다 인문학이나 경영학 서적을 탐독하는 것은 물론이고, 풍물과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거침없이 덤벼들었다.

그가 풍물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졸업여행으로 용인 한국민속촌을 찾았을 때였다. 민속촌에서 신들린 듯 자반뒤집기를 하는 60대 어르신과 어느 순간 눈이 마주쳤다. ‘어르신들이 힘드시겠다’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신명에 젖은 어르신의 눈을 보고 순간 전율을 느꼈다. ‘풍물에 뭔가 있나 보다’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제일은행에서 직장인 풍물패를 만들어 퇴근 후 장구를 두드렸고, 웅진으로 옮겨서도 사내 풍물패를 계속했다. ‘얼쑤’라는 추임새가 회사 이름이 된 배경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인문학, 특히 역사 분야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식을 쌓아왔다. 그 덕에 제품에 관한 모티브를 역사 속에서 찾는 일도 잦았다. ‘자연한끼’ 등 가루로 된 건식음료는 신라 화랑들의 ‘전투식량’에서 출발했다. 신라 화랑들이 곡물가루를 비상식량처럼 갖고다니며 먹었다는 기록을 보고 발효, 건조를 거친 건식음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잡학’의 총체는 역시 술자리다. 창업을 한 지금까지도 ‘칼퇴근’을 엄수하는 그는 저녁 술자리도 자주 갖는다. 술친구는 특이하게도 주로 예술가들이다. 춤추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스님, 도예가, 디자이너 등 조 대표가 농담 삼아 ‘기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는 “거래처나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맛이 안 나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하고 만나면 저절로 흥도 생기고 아이디어 정리도 잘됩니다”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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