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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통상식은 가라…‘변종 퀴즈쇼’ 뜬다
‘우리말 겨루기’ 고난이도 불구
가족 시청층 유인 성공
‘세대공감 1억 퀴즈쇼’ 등
문자참여·단계별 상금 인기몰이


신미양요ㆍ을미사변ㆍ아관파천ㆍ을사조약의 연도를 줄줄 읇고, 서양음악사와 미술사까지 통달한 김 차장. 

“퀴즈프로그램 한 번 나가봐, 일등하겠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을 법하지만, 요즘 방송가에선 통하지 않을 소리다. 각종 지식을 주입식으로 익힌 ‘장학퀴즈’ 세대가 이름을 널리 떨칠 만한 퀴즈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

‘정보의 바다’에 사는 ‘지식인’이 출현한 뒤로 각종 상식 문제를 부저를 눌러 푸는 정통 퀴즈프로그램은 ‘한물갔다’. 생존을 위해 ‘변종’한 차별화된 기획물은 상대적으로 인기다. 한글로 주제를 집중시킨 KBS ‘우리말 겨루기’, 서바이벌 형식을 가미한 KBS ‘1대100’, 온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생방송 SBS ‘세대공감 1억 퀴즈쇼’ 등이 대표적.

KBS1 ‘우리말 겨루기’는 KBS1, 2TV의 퀴즈물 가운데 청소년이 출연하는 ‘도전골든벨’을 제외하곤 줄곧 시청률 1위다. 한글만을 주제로, 십자말풀이ㆍ고유어 뜻풀이ㆍ맞춤법ㆍ속담 풀이 등의 포맷에 따라 상당히 고난도의 문제가 출제되는데, 가족 시청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엔 출연 희망자가 만든 카페가 활성화해 있을 정도로 고정 시청층도 탄탄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 경쟁률이 5대1에 이르고, 예심을 10번 이상 치른 신청자도 숱하다.

이상출 KBS 외주제작국 PD는 이런 인기 이유에 대해 “젊은층은 우리말에 대해 실은 잘 몰랐다는 걸 깨닫는 데서 오는 자각과 재발견의 즐거움이 있다. 순우리말을 잘 아는 노년층에겐 문제를 맞히는 보상심리가 있다. 그래서 경쟁사의 일일연속극과 맞붙는 시간인 데도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BS가 올 1월 선보인 ‘세대공감 1억 퀴즈쇼’는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감정이입을 해 문제를 따라 맞히는 재미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전 국민을 출연자로 끌어들이다. 시청자가 휴대전화 문자로 직접 참여해 ‘쏠쏠한’ 상금을 챙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이유다. 단계별로 상금액이 높아지고, 당첨 결과도 즉석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참여와 공유, 주체성과 즉시성은 인터넷 세대를 파고들었다.

이 프로그램 연출자인 공희철 PD는 “패널로 출연하는 연예인도 5000만분의 1의 자격에 불과하다. 시청자가 주인공이다. 퀴즈프로그램은 트렌드다. 시대에 따라 변형을 해야 한다. ‘1억 퀴즈쇼’는 인터넷과 모바일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먼저 해볼 만한 포맷으로 화상통화 등 기술에 따라 계속 발전할 수 있으며, 포맷 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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