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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과 한의 뒤틀린 ‘몸춤’…서민들은 그녀를 보며 웃고 울었다
‘1인 창무극’의 대가 공옥진여사 별세
심청전·흥부전 등 판소리에
동물흉내·노래·춤 한데 엮어
전통문화 창의적으로 발전

기초수급자로 근근이 생활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쓸쓸한 말년


“거짓으로 춤을 춰선 안 된다. 손끝에서 혼이 나와야 한다.”

한과 흥이 뒤틀린 춤으로 진하게 풀어져 나오는 공옥진의 몸춤에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곤 했다.

‘곱사춤’의 대가 공옥진 여사가 9일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인 창무극’으로 유명했던 그는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14년째 예술연수소가 있는 전라남도 영광에서 투병 중이었다.

1931년 전라남도 승주군에서 판소리 명창이었던 공대일의 4남매 중 둘째딸로 태어난 고인은 몸춤을 통해 오랜 세월 서민의 애환과 억울함을 달래며 전통문화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왔다.

7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최승희에게 춤을 배우고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판소리를 배운 고인은 1945년 조선창극단에 입단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예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전통무용에 해학적인 동물춤을 접목해 1인 창무극을 선보이면서부터다. 그는 ‘곱사춤’ ‘심청전’ ‘흥부전’ 등 판소리에 원숭이ㆍ퓨마 등의 동물 흉내, 노래와 춤을 엮어 한편의 극을 만들어냈다.

공 여사의 ‘곱사춤’은 그동안 공식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했고, 그의 1인 창무극은 전수 중인 수제자가 없었다. 1998년부터 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고증자료 미비와 1인 창무극이 전통문화를 계승한 것이 아니라 공 여사가 만들어낸 창작무용이라는 이유로 무형문화재 지정이 거부돼 왔다.

그러나 대세를 막지 못했다. 그의 춤이 창작이긴 하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고 문화적 가치도 뛰어나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2010년에야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9-6호 1인 창무극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인의 말년은 예인의 삶으로서는 순탄하지 않았다. 전남 영광의 예술연수소에 마련된 조그만 4평짜리 방에서 생활하며 1인 창무극을 지켜오던 공 여사는 2007년부터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43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근근이 생활해왔다. 1998년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2004년 공연을 마치고 나오다 두 번째로 쓰러진 끝에 한쪽 몸이 마비돼 더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그런 그가 마지막 혼신을 다해 무대에 선 게 2010년 6월 ‘한국의 명인명무전’ 21주년 기념공연이다.

이 공연 전 고인은 “고맙습니다. 공옥진이 평생의 한을 풀었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인은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2NE1의 멤버인 공민지의 고모할머니로도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는 전남 영광 농협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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