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입도, 항문도, 심지어 소화기관도 없는 벌레가 죽은 고래 등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동물의 뼈를 파 먹고 산다고 해 화제다.
5일(현지시각) 지구과학 웹사이트 ‘아워 어메이징 플래닛’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은 심해연충 오세닥스(Osedax)가 고래의 뼈에서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뼈를 녹이는 산(酸)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좀비벌레’라고 불리는 오세닥스는 고래의 뼈를 녹이기 위해 두 종류의 효소를 생산한다. 특히 ‘프로톤 펌프’라는 한 종류의 효소의 경우 이 벌레가 뼈에 파고드는 ‘뿌리’ 부분에서 상당량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세닥스는 뼈 형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뼈 조직을 파괴ㆍ흡수하는 인체의 용골(溶骨)세포와 마찬가지로 기본 메커니즘으로 산을 분비하는 것.
또 비록 입이나 소화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생 박테리아 덕분에 뼈 속에 포함된 지방 등 양분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한편 오세닥스는 길이 3cm 정도의 길고 가느다란 벌레로 지난 2002년 죽은 고래의 뼈에 붙어있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당시 발견된 것은 모두 암컷 뿐이었는데 수컷의 경우 몸길이 1mm의 유충 이상으로 자라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암컷의 신체 일부를 덮고 있는 젤라틴질 관 속에 수컷이 수백마리씩 살고 있으며, 이들의 유일한 생존 목적은 알을 수정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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